지난 2일 대천고등학교 음악실에서 시인이자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인 백기완 선생 초청 강연이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보령지회(회장 우장식 씨)의 주최로 열린 이 초청 강연에는 전교조 보령지회 회원들을 비롯한 학생들과 일반인 등 약 130여 명이 참석해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날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 한복차림을 한 선생은 두 시간이 넘도록 자신이 살아오며 겪었던 이야기와 삶의 철학을 말해 주었다.

일제 때 곡식과 유기그릇 등을 착취당하고 조석 지을 쌀이 없어 고생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나라 없는 설움을 풀어냈고, 6.25사변 때 미군의 민간인 학살현장을 목격한 일과 죽을 고비를 넘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 ‘세세년년’ ‘이원애곡’ ‘세 동무’ ‘달도하나 해도하나’ ‘녹슬은 기찻길’ ‘고향설’ 등, 추억의 노래 여러 곡을 직접 부르며 때로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까지 보였다.

선생은 강연을 통해 슬픔을 외면하는 요즘의 서툰 낭만주의보다 눈물을 함께 누리는 낭만이 참 낭만주의라며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눈물을 누릴 줄 알아야한다고 권면했다.

이에 덧붙여 인생은 육체의 건강만이 아닌 정신건강을 위해 잘 먹어야 한다며 그것은 몸 건강을 위해 먹는 보약이나 보양식품이 아니라 재물이든 먹는 것이든 욕심 없이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이 잘 먹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특히 개인주의적인 요즘 학생들에게 공동체의식을 갖기를 권유하며 개인이기주의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짐승보다 못한 정신이라고 일깨웠다.

또한 참다운 인생이란 책임질 줄 아는 것이라며 사람이 가는 길은 역사와 함께 끝이 없으니 자기가 사는 시대의 역사적인 자기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이어 청중에게 자신의 저서 ‘부심이의 엄마생각’을 직접 사인을 해주는 순서도 가졌다.

이 ‘부심이의 엄마생각’에는 선생의 다른 저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술(한 번), 벗나래(세상), 널판(우주), 알로(사실), 몰개(파도), 때참(순간), 조래(조형물) 등, 수많은 우리말을 실어놓아 학생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고 있다. 이는 선생이 우리말을 살려 우리의 주체성을 잃지 말자는 뜻으로 펼쳐나가는 운동이기도 하다.  

백기완 선생은 황해도 은율 구월산에서 태어났으며 일찍이 농민운동, 나무심기 운동, 반미운동, 등을 했으며 백법사상연구소(지금의 통일문제연구소)를 세웠다.

민중대통령 후보로 두 번 출마했고 민요협회 고문과 전국노동자협회 고문을 맡아왔다. 현재는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출판사「노나메기」의 발행인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때가 왔다’ ‘백두산 천지’ ‘아 나에게도’등이 있으며 수필집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부심이의 엄마생각’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누가 백성노릇을 할까’가 있다. 또 영화극본으로 ‘대륙’ ‘단돈 만원’ ‘쾌지나 칭칭 나네’등이 있다.  

/안학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