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있다. 한낮의 햇살은 이미 성하(盛夏)의 집요함을 잃었다. 저녁은 맨몸을 가리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가는 새벽녘의 서늘한 기운을 견디기 힘들때쯤이면 농부가 아니더라도 한여름동안 흘린 땀방울을 세어보고 곧 있을 수확을 가늠해보며 소박한 기대감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올 여름을 보내고 가을은 맞는 심정은 이렇게 여유럽지 만은 않다. 여름 내내 혹독한 가뭄과 지역적으로 수마(水魔)에 시달려야했던 끔찍한 기억 때문만도 아니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지만 무엇보다도 심정적으로는 올 가을에 거두어들일 것이 예년과 같지는 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방송에 보도 된대로 된다면 금년도 쌀 농사는 대풍이지만 구가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 쌀이 많아서 쌀 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한다. 봄부터 땀 흘린 농부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내용들이다.
답답한 것은 우리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정치판은 단 한치도 변하지 않은 채수십년간 신물이 나도록 보아온 이전투구와 직무태만을 답습하며 긴 여름을 허송했고 기업들은 정리해고와 비용 줄이기에만 정도 이상의 열의를 보일 뿐 정작 체질개선이나 기업관행 개선 등의 근본적 요구에는 진전이 없는 것 같으며, 정치권도 체질 개선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있다해도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인(政治人)들의 출세와 권력요구의 쟁취장으로 타락해 버릴 가능성이 있어서 안타깝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정치인(政治人)들이 과거의 구태의연한작태에서 벗어나 정치를 위한 정치인(政治人)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인(政治人)으로 거듭나야하고, 자신의 언행(言行)에 책임 질줄 알고 신의(信義)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정치인(政治人)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국민들도 몇몇 정치인들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맹목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체성(政體性)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이며, 거시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맞는 것이 필요할 진데, 나만 챙기기, 편가르기 등에 여전히 집착하는 일반국민들의 의식과 문화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땀흘려 열심히 일한 농부들과 달리 땀 흘리지 않은 여름을 보낸 셈이다. 때를 놓치고 나니 다가오는 가을에 거두어 들일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서 한겨울에 땀을 내려면 훨씬 많은 힘이 들고 수확마저도 신통치 않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이제 무더운 여름도 다지나 가고 풍요의 계정인 가을이 다가오지만 가을을 맞는 마음만은 풍요롭지만은 않은 것이 요즈음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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