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가 또 다시 음모적 밀실 행정으로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지난 19일 오후 대천5동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주민자치위원, 관광업계 종사자,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 용역 최종 결과를 설명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민설명회는 시에서 공개하는 주간행사계획 등 어디에도 게재되지 않아 해수욕장 거주 주민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은 이날 주민설명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채 진행됐다.

시가 이처럼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만을 모아놓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내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스포츠파크' 조성과 관련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있지만, 대천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스포츠파크'가 조성되길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모두가 찬성하는 사안도 아니고 반대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해수욕장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시민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강행하겠다는 김동일 시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동일 시장과 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시민사회는 물론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스포츠파크'는 오롯이 대천해수욕장 주민들만을 위해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보령시민들을 위해 씌여져야 할 막대한 예산(최소 4백억원~최대 6백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전체 보령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번 공청회에서 쏟아진 스포츠파크 조성과정의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에 대해 전혀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시민들이 이날 주민설명회의 성격을 잘 알아야 한다. 이날 설명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용역사가 용역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보령시가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고 했다.

이말은 곧 '더 이상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겠으며, 이날 주민설명회는 단지 용역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순서상 거쳐야 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라는 의미다.
 
시의 이같은 행보는 마치 지난 2014년의 데쟈뷰를 보는 듯 한다.

김동일 시장과 보령시는 지난 2014년 여름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는 시도에 시민들이 반발하자 해수욕장 인근 주민들만을 모아놓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는 '김동일 시장의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행보'에 반드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며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또 다시 1년반 전의 혼란과 갈등 상황을 야기시킬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나 역시도 사회인 야구를 하는 동호인으로서 '스포츠파크 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다시 한 번 강구해 보자는 것"이라며 "김동일 시장의 이같은 막무가내식 행보가 '스포츠파크 조성'의 순적인 효과마저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일 시장은 지난 4월 25일 개최된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 주민공청회'에서 또 다시 공청회가 열리느냐는 시민들의 질문에 "공청회는 이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공청회는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