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 급증과 쌀값 하락 등으로 인한 농민들의 불만이 다 키워 놓은 벼를 갈아엎는 분노와 자포자기 농심으로 커져 가고 있다.
17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의장 정수용)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목곡리 김 모(45)씨의 논(2천640㎡)에서 논산시농민회(의장 김완식) 소속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트랙터 2대를 이용, 추수를 앞둔 벼를 갈아엎었다.
이들 농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올바른 양곡정책 수립과 쌀값 보장 등을 촉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논을 갈아엎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논산시 농민회 윤종명씨(34)는 "정부의 갑작스런 쌀 증산정책 포기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지어오던 쌀 농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끔 농민들을 내모는 것"이라며 "쌀의 안정적인 생산과 쌀 값 보장 등 근본적인 양정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농 충남도연맹은 논산군 농민회외에도 추수 거부운동 차원에서 각 시·군 농민회별로 모두 5만490㎡(1만5천300평)의 벼 논을 추가로 갈아엎기로 했다.
<'쌀 농사' 포기하고 '아스팔트 농사'?>
이날 오후 1시.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연맹(의장 정수용) 소속 농민 2천여명은 대전역 광장에서 '쌀값 보장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한 농민대회'를 갖고 "쌀값 보장 등 쌀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가 일시적인 쌀 재고 급등을 이유로 주곡자급정책을 포기하려고 하고 있다'며 '쌀값 보장을 위해 수탁판매제, 시가 매입제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 수매제도를 유지시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재고 쌀의 대북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쌀생산 감축 계획 철회 ▲적정 비축량 재검토를 통한 총비축량 확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철회 ▲논농업직불제 단가조정 등 농가소득보장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 '쌀 대책협의 기구 구성하라' 도청앞 격렬시위>
한편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대전역 광장을 출발, 민주당 대전·충남지부 앞(1.7㎞)까지 행진을 벌이다 충남도청 정문 앞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전농 충남연맹 소속 농민들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충남도청 정문 앞에서 "이미 서면으로 쌀대책 협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으나 응답이 없었다"며 "행정부지사가 직접 농민 앞에 나와 요구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는 농정국장이 나서 대화를 시도했으나 농민들의 '책임자 면담'을 고수, 결국 닫혀진 정문 바리케이드를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도청정문에 전경 3개중대를 배치해 농민들의 진입을 막았으며 일부 농민들의 바리케이트를 넘으려하자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도청 경비실 유리창이 부서지고 천안농민회 소속 농민회원이 동맥을 다쳐 인근병원에 급히 후송, 수술을 받기도 했다.
농민들은 행정부지사의 면담을 계속 요구, 3차례나 정문 돌파를 시도하며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도청 정문 쇠펜스(20여ｍ)가 뜯겨졌다.
농민들은 이날 오후 7시40분께 이명수 행정부지사가 농성장에 나와 '쌀대책 협의기구 구성'등에 대한 약속을 받은 후 자진 해산했다.
【협회=심규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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