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는 인간승리의 대명사 이지요.

한 가지 장애도 감당하기 어렵건만, 3중의 장애를 극복하고 전기 속의 훌륭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 갇혀 혼자만의 세계에서 짐승처럼 난폭하고 울부짖던 그녀가 이후 교육자로, 작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촉각을 이용한 교육을 했던, 설리번 선생님이란 평생의 인연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렇게 역경을 딛고 일어난 헬렌 켈러이기에 그녀가 쓴 글들은 더욱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녀의 에세이 중에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에는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 사람들을 보고 싶다.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내면적인 천성까지도 깊숙이 보고 싶다. 오후가 되면 오랫동안 숲속을 산책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흠뻑 맛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다.

둘째 날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보고 싶다. 예술을 통하여 사람의 영혼을 탐색해보고 그 날 저녁에는 영화나 연극을 보며 시간을 보내겠다. 내 손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알아차리지 못할 예술품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셋째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겠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일상생활을 이해하고 싶다. 도시의 여기저기에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눈여겨보며 그들이 어떻게 일하며 살아가는지 보고 싶다. 저녁이 되면 다시 극장으로 가서 인간의 정신에서 우러나오는 희극의 함축된 의미를 감상하고 싶다.

 그녀에겐 일생동안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간절한 소원이었지만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겐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하게만 느껴지는 갈망들입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는 참 가진 것도, 또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행복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그 누구도 완전히 자신의 생에 100%만족할 수 없었던 우리들 이었고, 하늘 아래 떳떳하지 못한 영혼의 때가 묻은 우리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뒤돌아보면 부끄러움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다시 문 여는 새해 아침,
여느 해처럼 또 싱싱한 냄새를 풍기며 이제 갓 도착한 365일 이란 기차가 우리 앞에 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기차에 타고 종착역에 내릴 때 까지는 중간의 수많은 역들을 지나야 하고 새로운 일·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여행입니다.

새로운 기차 여행을 하면서 올 한해는 모르던 것을 깨닫고 나쁜 습관을 고치고 근심이 감사로, 슬픔이 기쁨으로, 다툼이 이해로, 절망이 희망으로, 게으름에서 부지런함으로, 변해가는 그런 나날들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그래서 마침내 도착한 그믐날 밤.

「새해 첫 날의 행실보다 그 해 마지막 날의 행실이 더 나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소로우의 말에 올해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예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