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반짝이는 아침!

오늘도 가족들이 바삐 빠져나간 자리에서 혼자만이 분주하다.

부지런히 움직여 구석 구석 말끔하게 정리를 끝내면 습관처럼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차 한 잔을 준비해 베란다 로 향한다. 그리곤 문턱에 기대 앉아 즐비하게 늘어선 화초들과 마주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어김없이 바 깥세상을 동경하는 몇몇 꽃들이 돌아앉아 있음을 발견하고 내 쪽으로 돌려 놓는다.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랑초는 햇살을 받아 포갰던 잎을 활짝 펼쳐 강렬한 보랏빛을 내뿜고, 꽃은 청순가련형의 여배우처럼 청초하게 피어있 다. 그 모습이 마치 예쁘게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사이처럼 보여져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연인! 거꾸로 하면 인연! 이보다 더 아름답고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순간 연애시절이 떠오르며 남편이 보고 파진다. 그리고 뒤이어 그 사람을 아프게 했던 지난 여름날이 생각난다. 강한 바람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여름 남편과 함께 산 정상에 올랐다. 보령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남편이 미안하다는 말로 어렵게 침묵을 깼다. 그 순간 꾸역꾸역 참았던 눈물이 내리는 비처럼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마치 행복한날은 하루도 없었던 양 속상했던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다. 할말은 너무 많은데 맘과는 달리 횡설수설 말은 꼬이고 너무 격분한 나머지 온몸은 떨렸다.

산다는 게 너무 힘들고 내상처가 너무 아파서 더는 나아닌 다른 사람을 안을 수가 없었다.

평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그날의 행동에 남편보다 내 몸이 더 놀랐던지 갑자기 온몸에 쥐가 났다. 그 순간 나보다 더 아파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남편을 보니 더 이상 싸워야 할 이유가 없었다.

밤늦도록 잠은 안 오고 곁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착하고 여린 사람을 매번 힘들게 하는지 자책도 했다. 부모에게 있어 자식만큼 귀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다 큰 자식이라도 떼놓고 문밖을 나서는 순간 맘이 짠하다. 그런 자식이 누군가에게 미움 을 받고 있다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게 부모이다.

잠못이뤄 뒤척이는 나도 우리부모님한텐 귀한 자식이고 곁에서 자고 있는 남편 또한 시부모님께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귀하디귀한 자식일 텐데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자체가 큰 죄를 짓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상에 미워해도 될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그날 이후 어리석음을 털어내고 생각을 바꾸니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했다.지금 내앞에서 아름다운 맵시로 하늘거리는 사랑초 만큼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들이라서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한것이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모임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