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와 편지쓰기를 즐겨하던 생활이 문학이라는 강으로 자연스레 흘러들게 했다.

그 깊이와 높이와 넓이는 아직 헤아리지 못하지만 - 어쩌면 영원히 헤아릴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글을 쓴다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잘 쓰든 못 쓰든, 등단을 하였든 못하였든, 어느 문학회 동인이든 글을 쓴다고 하면 무조건 반갑기부터 하다.  특별히 시를 쓴다고 하면 더더욱 반갑기 그지없다.

처음 문학회에 발을 적시고는 많은 문인 앞에 주목 받으며 낭송하는 일이 즐거웠고, 여러 기관장들과 관계자들 앞에서 사회 보는 일이 흥분 그 자체였다.

처음 사회를 보고 난 후 배우들이 무대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과 일 이년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를 보게 된 것이다.  시를 쓰는 일이 그 무엇보다 즐겁고 유쾌해진 것이다.  작품이 실리고 그 작품에 대한 해설 내지는 서평이 나온 글 읽는 일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나의 안목과 유명한 시인이나 비평가들의 안목을 비교하며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읽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보다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나는 요즘 추석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주머니들과 함께 추석선물용 김을 굽느라 허리 펼 사이도 없이 바쁘다.  김 공장을 한 이래로 야간작업을 이렇게 계속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안하던 일이라 그런지 말할 수 없이 피곤하고 어렵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김 박스를 지하 창고에 들이며 나는 ‘고생’이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렸었다.  그 일이 생각날 때 마다 스스로에게 민망하여 피식피식 웃곤 한다.  그것이 고생이라면 고생 아닌 일이 없을 듯싶다.  오늘도 새벽1시까지 작업을 했다.  다리도 잘 떨어지지 않는 피곤이 몰려와도 샤워 후에는 습작노트를 습관처럼 집어 든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연필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시 쓰는 일이 매우 즐겁기 때문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라고 단정을 지어도 좋을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시를 암송하지 못하고 어느 시인이 어떤 시를 썼는지 유창하게 말할 수 없어도 나는 행복하다. 

쾌적지수 99%인  가을이 시작되는 9월, 당신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9월이 오시는 길

빼곡한 포도 알 사이사이
숨어서 오십니다

아이 주먹 만하게 뚫려버린
방충망 헤집고
거침없이 오십니다

한 낮
차마 쫓아버릴 수 없어서
여름 자리 비워두고
겸손히 조석으로 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