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무궁화’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분이다. 여름이 자나갈 무렵의 초가을이 되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어나는 무궁화. 이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國花)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국화(國花)의 기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왕실의 문장(紋章) 또는 훈장, 화폐 등에서 표상으로 널리 썼던 꽃을 자연스럽게 국화로 여겼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 왜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가 되었을까. 물론 무궁화가 외국의 여러나라들의 국화(國花)들 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궁화의 강한 생명력을 이해한다면, 무궁화가 왜 우리의 국화(國花)로 선택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궁화는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며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고 번식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끈질긴 자생력이 우리 민족의 기나긴 역사의 얼과 맥에 연결이 된 것이리라. 무궁화의 자생력은 우리 민족의 얼과 맥에 부합하는 적합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궁화(無窮花)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 그 자체이기도 하다.

민족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특정 식물이 가혹한 수난을 겪은 일은 인류의 역사를 통 털어서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문화말살 정책은 태극기 탄압과 함께 무궁화 또한 많은 수난을 겪었다. 왜냐하면 만주, 상해, 미국, 유럽으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광복 구국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초들은 매일 꽃잎이 졌다가도 다시 피어나는 무궁화를 보면서 굽힐 줄 모르는 굳센 의지를 배웠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독립하리라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새겼다. 이에 당황한 일본은 무궁화가 보이는 즉시, 불태워 버리고 뽑아 없애 버렸던 것이다.

일본은 무궁화를 ‘눈의 피 꽃’이라 해서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고 거짓 선전했다. 그리고 ‘부스럼 꽃’이라 해서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는 등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동원해 무궁화 말살에 힘을 쏟았다.

이처럼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 해온 꽃이기에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함께 피폐되고 탄압을 받는 참혹한 시련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무궁화에 관한 수난이 가중되면 될수록 우리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무궁화를 사랑하고 숨겨 가면서까지 지켜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이 난다는 이유로 관상용 화초들과 교체되거나 마구 베어지는 등 국화(國花)로써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무관심은 무궁화를 지키려는 의미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지난 15일은 조국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광복절이었다. 특히 남과 북이 함께하는 ‘8.15 민족대축전’을 통해 민족이 하나되는 감격스런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와 때를 맞춰 보령호 주변에 무궁화가 소담스럽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과 함께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했던 무궁화! 무궁화의 수난을 되새겨 보고 무궁화의 진가를 평가함으로 국화(國花)로서의 무궁화의 자리가 바로잡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