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시원한 산과 바다를 향해 나들이를 떠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써 하절기 급증하는 전기수요에 대비하여 발전설비의 예방점검과 고장방지에 그 어느 때 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기는 수급특성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전기의 품질에 해당하는 정격주파수 (60Hz)가 변화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광역 전정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력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따라 발전설비를 운영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철 전력수요의 특징을 보면 특정시간대인 오후 4시 무렵에 전기 사용량이 최대가 되는 피크(Peak) 부하가 걸린다. 이 시간대면 전국의 발전소 대부분이 이를 감당하기 위해 운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피크부하 시간대를 지나 새벽 무렵에는 전력수요가 뚝 떨어져 피크 부하대비 약 70%수준의 전기량만이 소요된다.

한 국가가 보유하여야 하는 발전설비의 규모는 연간 전기사용량과 같은 평균적인 전력 수요량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오히려 앞서 설명한 년 중 가장 높은 전력수요 - 즉 여름철 피크부하가 얼마냐에 따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발전설비를 운용, 보유하여야 한다. 피크부하가 유달리 높은 국가에서는 여름 한 철 잠깐 동안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1년 내내 대기해야 하는 발전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절기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1,000㎿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량이 필요하게 된다. 1,000㎿급 발전소를 1기 건설을 위해서는 약 1조원의 돈이 소요된다.

여름철 선풍기틀기 운동이라든가 적정 실내온도 유지를 부르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름철 피크부하시간대에 잠깐 운전되는 발전소를 짓기 위해 이 어마어마한 돈을 소모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전기가 가장 많이 소요되는 시간대에 전국적으로 자율절전을 통해 줄어드는 전기량은 약 800㎿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냉방부하가 약 10,000㎿임을 고려할 때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느낌이다.

우리가 내는 소중한 전기료로 지어지는 값비싼 발전설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오후 4시에 설정한 에어컨 실내온도를 1도 높여주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