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거운 몸무게에 밟히는 계단을 지나

공기마저 축축한 지하 오른쪽 끝 영안실

칸칸의 냉장실에 그들이 있다

이승과 저승의 교차로인지 모르는 그곳에 그들이 있다

그들이 몰아쉰 숨결의 흔적인가

서랍을 열 듯 고리를 잡아당기면

희뿌연 수증기 같은 연기가 몸으로부터 날아오른다

칸칸의 서랍장에 몸뚱이 하나 겨우 궁색을 면했다

눈물도 가족도 시간도 그들 곁을 떠난다

그들의 대낮도 떠나버렸다  나도 계단을 오른다

대낮을 지나온 어둠이 거리에 깔려있다

칸칸의 아파트는 문 연 냉장실마냥 환하기만하다

그들은 혹 죽었거나 혹 살아있다

몸뚱이 하나 겨우 뉠 수 있는 단칸방,

정맥이 꿈틀거리는 사지에는 수의가 칭칭 감겨지고

오늘과 내일의 교차로에서 나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