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치기현 오타와라시(大田原市) ‘교과서채택협의회’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편찬한 후소우샤(扶桑社) 역사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4월에 시작하는 신학기부터 산하 7개 시립중학교에서 후소우샤 역사교과서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소우샤 역사교과서 내용에 우리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에 있다. 일본과 관련된 모든 나라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후소우샤 교과서의 특징인데,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서술한 부분은 우리를 분노에 떨게 한다.

이 교과서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해 한국인들을 괴롭혔던 일제강점시대를 미화하고 정당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일합방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서술하고 있고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태평양전쟁의 잔혹한 행위까지도 덮어두었다.

이 교과서엔 고대부터 한반도의 국가들은 중국에 복속된 종속국으로서 조공이나 바쳐가며 중국의 문물을 수용해 수동적 문화발전을 이룬 비주체적 나라로 묘사된 반면, 일본은 독자적인 문화발전을 이룬 나라로 묘사되어 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면, 오늘의 한국의 발전은 일본이 전해준 근대 문물이 바탕을 이룬 덕분이었으며, 심지어 ‘한국은 고대부터 일본에 위협이 되어왔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무시무시한 내용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제 강점기시대에 당했던 고통과 아픔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생존해 있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은 후손들이 있다. 따라서 일본이 아무리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그들이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된 만행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고, 또 영원히 기억될 수 밖에 없다.

역사는 ‘기억’이다. 인간은 그 기억 속에서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찾고자 한다. 일본의 후소우샤 역사 교과서는 역사적 기억에 대한 왜곡과 함께 비뚤어진 군국주의적 망령의 부활을 시도했다. 그러나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기억’의 반성적 성찰에 있다. 후소우샤 교과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역사를 통해 한·일 양국의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의 통로를 차단했다는 점이다.

예부터 힘을 가진 자가 역사를 기록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할 일은 그들을 무력화시킬 힘을 기르는 것이다. 단순히 입심을 내세워 감정적으로 욕부터 앞세우는 비판이 아닌, 상대와 상황을 자세히 알고,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을 가하고 대처할 수 있는 ‘그러한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보령시와 자매결연을 맺고있는 후지사와시(藤澤市) 사절단이 ‘보령머드축제’ 축하사절로 보령을 방문했다. 그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시각은 각각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 감정으로만 그들을 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져 잘못된 후소우샤 역사교과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령시 당국의 외교적 노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