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견남 보령예지회

어쩌면 4년을 공으로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지 다시 시작하는 5학년은 참 즐겁고 의미가 새로웠다.

나태하고 무의미하게 때가 되면 의식 치르듯이 현장에서 잔뜩 긴장하고 조마조마하고,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맘 졸였던 지난 4년동안의 기말고사. 4년 내내 난 그 재미있는 소설책 한권 드라마 한편 맘 편하게 봐지지 않았고 또한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 다만 그럴 시간 있으면 교과서 한 줄이라도, 그럴 시간 있으면 방송강의 한편이라도...라는 어줍잖은 학구열로 보이지 않는 나의 정서와 자유를 구속시켰다.

그런데 언제나 마음뿐, 실제로는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즐기지도, 누리지도 못한 채 한 학기를 마무리 하고 다시 새 학기를 맞이하기가 일쑤였다. 중요한 건 그러면서도 나의 성적은 늘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다는 거다.

그런데 올해는 5학년이란 생소함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과제물 제출과 중간고사, 그리고 며칠 전 치룬 기말고사는 그동안 쌓였던 내안의 구속에서 화악~ 풀려나 버린 자유를 내게 안겨다 줬다. 마침 나의 기말고사와 아이들 기말고사가 겹치는 바람에 학원에서 늦은 밤에야  들어오는 아이들 기다리다보면 달리 할게 없는 나는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았고 때문에 기말고사 대비를 미리미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입학하고 처음으로 그것도 덤으로 얻은 5학년에서야 난 부담 없이 편안하게 기말고사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굿~!! 이었다.

 금강산관광과 바꾼 한 학기는 내가 방송대에 입학한 의미를 새롭게 다시 깨닫게 해줬다  함께 시작했던 동기들은 어느새 빛나는 졸업장을 품에 안고 또 다른 도전을 꿈꾸던 올해 졸업식장에서 난 그들의 졸업 패 케이스나 정리 해주며 그들의 졸업식을 축하해 줬었는데...

그땐 몰랐었다. 과락 없이 평탄하게 졸업하는 그들 내면의 환호성이 내게 들릴리 없기에 그들의 졸업이 얼마나 보람되고 값지고 기쁜 날 이었을지를 감히 가늠하지 못했다. 다만 나도 내년에 졸업하면 되니까! 란 위안도 기대도 아닌 혼잣말을 되뇌였다. 졸업논문 통과도 안 된 나는 지금 아직은 미정인 빛나는 졸업장에 대한 부푼 감상에 김치 국 듬뿍 마시며 아주 강렬하게 그날의 기쁨을 미리부터 만끽한다.

책상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에 탄력 받은 우리 아이들도 이번 기말고사는 예전보다 더 열심인 것 같다. 그 애들도 나처럼 만족한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우수한 성적보다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후회 없는 결과를....   

<보령도서관 주부모임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