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는 참 변덕스럽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모습을 하고 있다가도 검은 먹구름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고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염의 날씨로 변하기도 한다.
이 날도 다른 여느날과 다를바가 없었다.
변덕스런 날씨에 걸맞게 햇빛이 반짝 거리더니 금방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센 장마비가 내렸다.
그 비 탓에 이 곳 저 곳에 흩어져 있던 피서객들이 비 피할 곳을 찾아 제 각기 바쁘게 움직였으며 또 한편에서는 짐을 싸 귀향하려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오늘 소개할 이 사람도 쏟아지는 빗속에 바쁘게 움직였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피서객의 신분이 아니라, 학생의 신분이었으며 1시간 30여분에 달하는 거리를 빗속을 뚫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를 만났다.
모습이 마치 농사일을 위해 연장을 들고 논으로 나가는 농부처럼 털털한 모습이어서 '논 일 하러 가시나요'하고 던진 기자의 질문에 수더분한 웃음을 짓던 사람. 바로 교사 이성희(36세, 삽시도 초등학교)씨 이다.
방학을 맞았지만 학기 중 하지 못한 일을 하느라 더 바쁘다는 이선생.
"한 일이 무엇이 있어 신문에 나오냐"며 "안된다"고 극구 피하는 이선생을 만난 이유,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의 부지런함과 제자 사랑에 열성을 다하는 그를 소개하고자 해서이다.
이 선생은 성주 성연리에서 태어나 청소초와 대남초, 대천중고를 거쳐 춘천교육대를 졸업했다. 그 후 89년 강원도 홍천의 원당초교 교사를 시작으로 교직에 입문했으며 이어 2년 6개월여 후 고향 이웃 마을에 위치한 옥계초등학교로 부임 후 대천초, 그리고 현재는 삽시도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13년째에 접어들었네요."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 그런 사람 둘 도 없다'는 말로 이선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따뜻한 제자 사랑 때문이다.
이 선생은 교직에 발을 들여놓았던 지난 89년 홍천의 원당초교 재직시부터 남다른 사랑으로 제자들을 돌봤다.
특히 시골 학교로서 경제여건이 너무나 열악했던 그 곳의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월급을 털어 학용품은 물론 그들이 삐뚤어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모의 역할을 해 왔다.
이어 이 곳 옥계초 부임 후에도 제자들을 위한 관심과 물품 지원, 그리고 그것에 더해 수시로 반 아이들과 함께 목욕도 하고 자장면도 함께 먹는 등 따뜻한 가족같은 사랑을 베풀었다.
"강원도 홍천에 함께 간 적이 있었어요. 이선생이 그 곳에 가는 날에 맞춰 동창회가 열릴 정도로 제자들에게 잘 했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이곳에서도 물론 아이들에게 잘했어요. 소리없이 합니다."옥계초 재직시 함께 근무했던 한 직원의 말이다.
"1년 담임을 맡은 기간동안 내가 그들의 부모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흔들리고 나약한 모습을 보일때면 무섭게 혼내기도 하죠."
특히 옥계초 근무당시에도 부지런함으로 옥계초를 교육장기 체육대회 2회 우승의 주역으로 만들었던 이선생은 대천초로 자리를 옮긴 지난 95년부터는 육상부 코치를 맡아 선수 육성에 남다른 열정을 기울여, 대천초 육상부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육상부는 모든 초등학교의 의무정책종목이예요."
이선생이 부임 당시 대천초 육상부는 선수 3명에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이선생은 13명을 보충해 16명의 육상팀을 구성,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모든 여건이 참 많이 힘드었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남다른 애정과 힘을 더하여 주었어요. 그래서 저와 선수들이 힘을 얻었습니다."
대천초 육상부 코치로 활동할 당시 교육청과 학교의 지원이 어느정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터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부족분에 대해서는 그의 친구들이 서슴없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정말 많은 친구들이 도와주었어요. 운동으로 빨래감이 많이 나오니까 세탁기도 사주고 침도 놔주고 보약도 원가로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정말 고맙죠."
이런 결과로 이선생이 코치를 맡았던 지난 6년동안 대천초 육상부는 98년 전국소년체전 은메달을 비롯해 전국 대회 출전 7개의 은·동메달, 도대회 8개의 금메달을 땄다. 또한 이로 말미암아 지난 97, 98, 2000년 충청남도 교육감기 육상경기 대회 초등부 최우수교의 영예를 대천초에 안겨주기도 했다.
"전국대회만도 1년이면 4번이나 됩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대회가 많죠.그러다 보니 방학도 휴일도 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선생은 그의 열정과 성의를 다해 선수 육성에 최선을 다했으며 그런 결과 그의 능력이 인정돼 전국대회에 충남도 대표선수 인솔은 물론, 대한 육상경기연맹 공인 심판자격증을 받아 지난 94년과 97년 심판으로 활동했고 2001년 계획되어 있는 대회에도 심판의 자격으로 나가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몸이 지쳐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만큼 보람도 많았지만, 정말 제가 신경써주고 싶었던 아이들에게 소홀한 면도 없잖아 있었죠. 그래서 자진해서 섬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선생은 지난 3월 1일자로 전교생 34명, 직원 8명인 작은 섬학교 삽시도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가족같아요. 이 곳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부부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 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이 선생은 이곳으로 부임 후 혼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학습지도를 해 주고 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육지의 가족들에게 다녀올 때는 참고서며 학용품등 섬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 준비를 잊지 않는다. 특히 시내에서 아동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부인은 이선생이 섬으로 들어갈 때 마다 갖가지 옷가지들을 싸 보내며 섬아이들에게 전해 줄 것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가 아이들 챙겨주는 것에 대해서는 먼저 나서곤 했어요. 언젠가 '나 같은 신랑 데리고 사느냐고 힘들지?'하니까 '알면됐지.'하더군요. 그러면서 모든일을 눈감아 줍니다."
부창부수, 남편의 일에 한 술 더 떠 어려운 제자들을 챙기는 아내. 그리고 그런 아내를 믿고 제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는 남편.
"지내오면서 저는 아이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데 다르게 인식되고 오해 받을 때가 참 힘들었어요. 항상 좋은 눈 초리가 있으면 나쁜 눈초리도 있게 마련이죠."
'최고보다 최선을 다해라. 그러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는 교육방침으로 제자들은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사회인으로 그 몫을 다했으면 한다는 사람.
"그 동안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그래 이번에 결정하고 실행했죠."
그는 또한 학생들에게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뛰는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전 건양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과에 지원 여름학기 수업을 받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3년과정의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는 요즘 한참 바빴다.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자신이 근무했던 홍천의 제자들을 챙기기 위해 안부전화를 하느라 또한 다 큰 성인이 된 제자들이 옛날 초등학교 선생님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하는 것을 받기위해서 말이다.
"아이들과 통화하다 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그 아이들이 나를 기억해 주는 군아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려운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세심한 배려, 또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강인한 정신까지 겸비한 이선생.
아직 많지 않은 나이이며 그 누구에게 자신을 내세울 만큼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며 극구 인터뷰를 피했던, 교사 이성희씨.
존경받는 선생님 이성희씨는 착한 아내 박연옥(37세)씨와의 사이에 기왕(초등 3학년), 효진(초등 1학년) 등 1남 1녀를 두고 다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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