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인터넷에 올랐던 글이 생각나 자꾸만 웃게된다.

“미치겄쥬? 지는 환장허겄유” 재치있는 초보운전 문구다.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운전면허를 드디어 취득했다.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이루고 나면 별것도 아닌 것을 그 당시엔 왜 그다지도 힘들고 공포스럽기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고시공부 하듯 학과를 공부하고 코스를 연습할 땐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남편을 졸라 공설운동장에 가서 몇 번을 개인교습을 받기도 했다.

평소엔 무척이나 자상한 남편이지만 그때만큼은 호랑이선생님이었다.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다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더니 과연 그럴만하다고 여겨졌다. 배우는 순간엔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억지웃음 지어가며 악착같이 질문을 해댔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치미는 분노와 서러움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착한 남편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내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아무리 맛있는 밥을 사줘도 그 어떤 다정한 위로도 끓어오르는 분을 삭일 순 없었다. 자나깨나 온통 머릿속에는 코스를 주행하는 생각들뿐이었다.

틈만 나면 나도 모르게 시도 때도 없이 비 맞은 스님처럼 열심히 중얼거리곤 했었다. 그대로 진입해서 어깨선을 맞추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려서 출발하고 다시.....

그러기를 며칠 어느새 도사가 된 듯 여유만만인 내 모습에 스스로도 놀랍고 대견하고 어찌나 뿌듯했던지 남편에게 내 자신을 자랑하느라 입에 침이 말랐다.

그러던 중 마지막 코스인 도로주행에서 시험 당일 날 연달아 시동을 두 번 꺼먹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또 꺼지면 바로 실격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 앞에 너무 놀란 나는 그대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차에서 내려 합격이란 소릴 들었음에도 그때 내 얼굴은 불합격자의 얼굴보다 더 창백했던 것 같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그 아찔함은 며칠동안 내 머리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교부받은 날부터 초보 딱지를 붙이고 거리로 나가보니 도로 위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운전대를 잡고 보니 수없이 오갔던 길들조차 왜 그렇게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던지 모든 게 다 뒤엉켜 버린 느낌이었다. 정말 강심장이 아니고는 운전을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하면 할수록 느는게 운전이라지만 내겐 알면 알수록 어려운게 운전 같았다. 신경쓸게 왜 그렇게 많은건지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또 다시 남편과의 살벌한 전쟁은 시작되었다. 귀가 따갑게 매일 욕을 얻어먹다 보니 슬슬 오기가 생겼다.

너무 치사해서 하루라도 빨리 배워 남편을 떼 놓고 혼자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이길 저 길을 밤이나 낮이나 심지어 비가 오는 날까지도 수없이 헤집고 다녔다.

곁에서 지켜보던 우리아이들은 열심히 혼나가며 운전을 배우는 엄마 모습이 가엾어 보였는지 다른 때와는 달리 말도 잘 듣고 뭐라도 열심히 도와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모습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놀이동산에 데려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차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동시에 남편을 향한 끝없는 원망이 한없는 고마움으로 뒤바뀌기도 했다.

고생 많았고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며 남들 몇 년 걸려 배울걸 한달 안에 다 터득했으니 얼마나 큰 성과냐고 나를 추켜세운다.

한동안 운전 배운답시고 집안일에는 한없이 소홀했건만 돌이켜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로부터 최고의 배려와 대우를 받아온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과 이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에 한없이 기쁘고 그러기에 요즘은 날마다 행복하다.

운전을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남편 일하는 현장에 새참 날라다 주는 것과 나를 믿고 음식점에서 맘 편하게 술 마신 남편을 태우고 집에 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부부싸움 하고 나면 혼자서 차 몰고 조용히 바람쐬러 가는 일.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