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 오늘은 저 바깥에 나가보자”

“고고고고.....”

모처럼 들리는 소리이어서인지 벼슬을 곳추세운다.

오래도록 같이 지내는 두 친구들이 있다. 자명종 역할도 하여 덕분에 아이들 학교를 보내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기집에 뭇것이 불법 침입이라도 할라치면 신호를 내어 원조요청을 하기도 하는 가슴 한켠에 자리를 차지하며 교감을 나누기도 하는 존재들이다.

평소에도 저희들과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망을 사이에 두고 얼마나 왔다갔다 하는지 부산물이라도 줄라치면 더더욱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럼 이튿날, 또 이튿날은 바알간 알이 둥지에 담겨져 있다. 요즘은 나이탓인지 아니지만 말이다.

겨우내내 우리안에만 있었으니 같이 나들이 좀 해야만 했다.

“가자, 가자~ 고향으로”

다른 세상을 보자마자 갓 시집 온 새댁의 친정나들이 발걸음만큼이나 가볍다. 흙냄새를 맡으면서 뭔지 쪼으기 시작하며 바빠진다. 야호는 그만두고라도 쉴 새가 없다.

안아라도 볼라치면 가만히 있으면서도 내려 놓으면 또 할 일이 쌓인 사람처럼 바빠진다. 배가 불룩불룩하다. 더 넓은 곳으로, 모래판 위에 겨울 풀들이 제법 있는 추억어린 곳으로 이동하니 목욕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가 보다. 날개도, 딱딱한 부리도 모래 바닥에 부비며 좋아라 이쪽저쪽에서 궁둥이 흔드는 것이 꼭 원맨쇼하는 모습이다.

움푹움푹 원통홈을 만들어 발이며 얼굴을 씻는 모래들이 발등에도 튀어온다.

땀까지 빼려는지 도대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시원한 모양이다. 이틈에 이웃 친구들이 고고고하며 모여든다. 친구들이 나와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풀어져 있던 뒷집에서 몇 마리가 온 것이다.

“고고고고,,,, ” 반갑다며 서로들 인사한다. 우리 것보다 많이 왔으니 더 많아졌다. 저쪽 동네에서도 부른다.

“나~ 여기 있어~” 나올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친구들을 데리고 거기까지 가서는 안될 일이다. 아주 커다란 닭돌이가 우리 친구들을 모조리 포용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꼬돌이가 꼬순이 등을 타고 딱 물면 그 잘 부르던 꼬끼오 한번을 못지르는 걸 알고 있는 다음에야.

온천욕도 하고 포식도 하고, 놀러 온 뒷집 친구와도 해후하면서 얼마가 지났을까. 재촉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둘 일어난다.

기울어지려는 해를 알아 챘는지 문이 열린 저희들 집으로 향하고 있는거였다.

“고고고고...” 서로를 부른다.

뒷집친구 역시도 열을 지어 돌아간다. “꼬꼬꼬... 잘있어”

항시 보아오지만 늦게 돌아가는 걸 볼 수가 없다. 그 화려한 벼슬에 어떤 센서라도 달려 있는지 시간이 흐르는 걸 묘하게도 아는 이들을 보면 감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히들 모여 앉아 체온을 보탠다. 본디 풀어져서 생활을 해오던 조상이었건만 지금은 인간의 욕심으로 가금류로 된 이들을 보며 매일 그들과 눈빛을 나누면서 물을 달라고 하면 듬뿍도 주고 모래를 달라고 하면 또 얼른 갖다도 주고.

우리의 식탁처럼 이들도 가끔 원하는 메뉴가 있음을 미리 알아서 주면 “꼬끼오~ ” 신나게 허공에다 메아리 칠 때는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내일 아침 또 만나려면 푹 쉬게 해야 한다. 가깝던 고향나들이로 몸들이 반짝거리는 걸 보니 만족스러웠나보다.

“따뜻한 날들이 되면 또 한번 가요~ ”

하루도 보지 않으면 궁금해 하는 이 친구들에게 “새소리가 잦아질 때 또 한번 가자” 고 약속하며 우정을 포근히 덮어 주었다.

친구의 눈빛이 가슴에 부딪친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회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