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거의 모두를 불편한 몸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22일 동대동 1167번지에 보령시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미망인회 등 3개 보훈단체 400여명의 새로운 안식처가 될 보령시 보훈 복지회관이 그 모습을 들어냈다.
대천동 344-5번지 한 쪽에 사무실을 마련한 지 50여 년 만에 회원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안식처를 마련한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를 위해 공헌하였거나 희생된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그들의 고귀한 영전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는 달이며 또한 전장에 참전해 부상을 입은 상이군경자, 아들·남편을 전장에서 잃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유족·미망인 등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국가유공 보훈 가족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전하도록 노력하는 달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상처에 더해 마음속에 큰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상처가 조금이나마 감춰질 수 있도록 새로운 안식처에서는 그들에게 좋은 일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오늘 소개할 이 사람.
그도 국가유공 보훈 단체 400여 회원 중의 한 사람이다. 전장에 참전 부상을 입고 제대 후 평생 상처를 안고 생활하는 상이군경자.
그 상처를 껴안고 반세기를 살아 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견뎌 내며 살아온 사람, 바로 국가유공자 안철순(74세, 대천동)씨 이다.
6월을 보내며 많은 국가유공자들이 안고 평생을 살았음직한 아픔을 안씨의 삶을 통해 대신 이야기 해 본다.
그는 6·25참전 용사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도병으로 강원도 인제 고지에 참전, 1년 여 만에 총상으로 우측 경갑부 골절상을 입고 명예제대 후 50여 년 동안 불편한 몸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측 목에 총알이 박힌 후 왼 쪽 등을 뚫고 나갔어요.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순간만 생각하면…."
그의 나이 겨우 20대 초반이었고 부상으로 제대 후 그의 힘든 삶이 시작됐다.
그는 부상 치료는 했지만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똑 바로 걸을 수 없었으며, 호흡이 가빠 장시간 일은 고사하고 오래 걷는다거나 운동은 더 더욱이 곤란했다.
"겉으로는 많이 표시가 나지 않아요. 하지만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지금 보면 몸이 약간 삐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옆으로 걸어야 하죠. 특히 겨울이 참 많이 힘들어요. 지금까지 잘 참아 내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도움, 그리고 신앙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몸이 비록 정상인과는 다른 상황이었지만 안씨는 제대 후 생활인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군경원호대상자로 군청에 4년여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그 일이 벅찼었던 것 같아요."
그는 2남 중 둘째아들이며 그의 형은 약국을 경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안씨는 군청 일을 그만 두고 형을 도와 약국 일을 하게 된다.
"92년까지 그 일을 했죠. 다른 힘든 일은 할 수가 없었어요. 몸이 아프니까요."
그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했다. 어린시절부터 또 그 이후에도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신앙인으로서 또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삶으로 바쁘게 생활했다.
"저는 그나마 3급을 받고 있어 가벼운 일은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1, 2급 국가유공자들 특히 1급 유공자는 걷지도 못하고 자신의 몸조차 간병인의 손에 맡겨야 하는 입장이죠."
전장의 상처를 묻고 살고자 열심히 뛰었던 안씨. 그러나 안씨의 가족들에게 가슴에 묻어야 만 할 또 다른 큰 아픔이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안씨 아들의 죽음이었다.
안씨의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수부대에 입대해 8년 간 근무했었다.
"82년도 였어요. 하사였죠. 비행기 훈련 중에 사고를 당해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그 당시 제 기억으로는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외롭게 떠났습니다."
아버지를 뒤에 남겨 두고 먼저 떠난 아들, 저 세상에서도 그 불효를 어떻게 갚을 것인지를 걱정해서 였을까. 외아들이었던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1년 여 만에 늦둥이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 위로 딸 셋이 있어요. 다 출가했죠. 늦둥이 아들은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갔죠."
국가유공자로서 평생 전장의 상처를 안고 생활했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 준 가족들, 그 뒷받침의 힘으로 하루하루 최선의 삶을 살려 노력했던 안 장로.
제대 후 국가유공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주 작고 그 나마 드물게 지급이 되었으며 68년 이후에서야 많지 않은 연금이 주어지고 있다. 그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자녀들을 아주 훌륭하게 키웠다.
"사위 두 명이 목회를 하고 한 명은 한전에 근무하고 있죠. 아이들이 아주 착하게 잘 자라 주었고 사위들도 정말 잘합니다. 그 아이들이 그나마 내가 가진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 같습니다."
참전 용사 중 부상을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보령시 상이군경회원으로 보훈 회관과 자신이 평생 몸담고 있는 교회를 오가며 소일거리를 삼고 있는 안 장로.
그는 그러나 자신의 불편한 몸에 더해 8년 전 뇌수술로 3개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활동이 불편한 아내 김미자씨의 병 수발을 들고 있기도 하다.
"이제 남은 시간 안사람 돌보면서 늦둥이 아들 뒷바라지하면서 쉬엄쉬엄 살아 가야죠."
안 장로는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한다. 큰 수술로 힘들어 하는 아내의 병환이 호전돼 남은 평생을 함께 걸어가는 것, 그리고 자녀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 해 주는 것이다.
"몇 명 안되지만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가장 어려요. 그 나머지는 거의 70대고 최고 78세까지 있어요. 그들 중 부상 입은 것이 재발해서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노환으로 떠나기도 해요. 마지막까지 서로 잘 위하고 힘이 되어 주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보령시에 거주하고 있는 400여 보훈 단체 회원들, 어쩌면 안장로 처럼 비교적 안정된 삶을 꾸려 가는 사람들이 있는 가 하면 그렇지 못하고 아주 어렵게 생활하는 회원들도 많을 것이다.
6월의 끝자락에 서서 오늘 소개한 안철순 장로처럼 아픔 삶이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또한 가족들의 든든한 내조로 굳건히 일궈 낸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내며 다시 한 번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애국선열들의 영전에 깊히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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