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고 공화국/지칠 줄 모르는 정열을 안고 있다(중략) 땅에서/하늘에서/바다에서(중략) 아현동에서/대구 지하철 공사장에서/꽝!/꽝!/집채를 날리고/생명을 날리고/왁자지껄 소리도 크다/너는 사고 공화국/그래도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을 안고 있다/그칠 줄 모르는‥‥
나라님도/나리님도/그냥 속수무책인/너는 사고 공화국‥‥」

오죽하면 이런 시를 읊었을까.

그 때에도 방송에서, 신문에서는 연일 목청을 높여 떠들었다. ‘총체적 안전불감증’ ‘난치병이 된 안전불감증’ ‘국치가 된 안전불감증’ 을 개탄하면서 관계자들의 안전의식 부재와 해당 관청들의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이후로도 땅과 하늘과 바다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급속한 공업화와 산업화를 이루면서 형성된 것이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고 더 큰 재앙의 씨앗으로 남아있는 게 안전불감증이다. 엄청나게 빠른 산업화로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와 번지르르한 외양은 발전시켰지만 의식적인 발전은 더뎠던게 사실이다. 그 후유증을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천북의 한 노인회관에서 가스 폭발사고로 노인 다섯 분이 중화상을 입고 서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가스기기 사용법을 잘 몰라 발생한 사고다. 보령시 관내 노인회관 또는 마을회관이 3백여 개소에 이르고 있지만 사정은 똑같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고는 언제 어디서라고 일어날 수 있기에 철저한 안전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조금만 안전에 유의하고 수칙을 지켰더라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가스 사고 가운데 80%는 LP가스에 의한 사고였을 만큼 LP가스는 위험한 물질이다. 그래서 지난 2002년부터 사용업소를 대상으로 판매업자가 설비 전반을 안전점검해 주는 ‘안전공급계악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판매업소들이 영세한데다 자체 안전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의 안전이 확보될 리 없다. 이런 제도를 아는 사람조차 드물 정도로 계도행정 또한 미흡한 형편이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건설공사 현장을 가보자. 건설업의 특성상 조금만 방심해도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안전교육, 보여주기식 안전시설 설치, 불량한 작업방법 등이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언제 어떤 물체가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또 ‘달리는 흉기’라고 일컬어지는 자동차에 의한 위험은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한국 사람들의 장점이자 최대 약점인 ‘빨리 빨리’ 문화가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에서도 추월을 해야 직성이 풀리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또 아무리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해도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설마’하는 방심이 기본과 원칙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대충대충’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사실에 눈을 뜨고 이제라도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을 고쳐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