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빼빼로데이’ 였고, 동시에 ‘농업인의 날’ 이기도 했다.

‘빼빼로데이’는 지난 94년 부산 지역 여학생들이 ‘키 크고 날씬해지고 싶은 소망’을 담아 숫자 ‘1’ 이 4번 겹치는 11월 11일에 빼빼로 과자를 주고 받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올해로 11년 째를 맞는다. 따라서 올해는 특별히 ‘1’ 이 6번 겹친다. 11년이 지나는 동안 빼빼로데이는 전국화 됐다.

이제 상당수의 초·중·고생들이 추석이나 설 같은 민족 고유의 명절보다 빼빼로데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빼빼로데이에 누가 얼마나 많은 빼빼로를 받았는지가 평소의 행실과 친구관계, 인간성의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빼빼로는 월평균 100억원 남짓 팔리지만 빼빼로데이 행사기간에만 800억∼900억원 어치가 팔린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를 놓고 기업의 얄팍한 상술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평범한 날을 전국적인 명절(?)로 만든 비결만은 배울만하다.

그러면 빼빼로데이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상술 때문인가. 그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엔 진솔함과 창의성이 있다.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여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이 젓가락처럼 길쭉한 모양의 빼빼로와 11월 11일이라는 ‘1’ 자만 있는 날에 의미를 부여한 창의성이 겹치면서 빼빼로데이는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의 경제는 위기상황이다. 더욱이 농촌경제는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11월은 우리 농촌에서 1년 농사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수확과 결실의 기쁨이 묻어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농촌 현실은 풍년제나 풍물패에서 볼 수 있는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고 적힌 깃발 대신 ‘WTO 쌀수입 개방 반대’라는 현수막이 농촌 곳곳에 걸려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 이 말은 ‘농업과 농업인은 이 세상의 근본이다’라는 말인데 먹고 살아가는 근본인 식량이 바로 농업인들 손에서 나오는 것이니, 정말 그들이 천하의 근본임은 틀림없는 말이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입 농축산물은 이제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고, 더구나 쌀 개방을 코 앞에 두고 있어 이래저래 우리 농업인들의 한숨은 그칠 날이 없다.

11월 11일은 정부에서 지정한 9회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은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삼아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였으며, 또 이때가 모든 영농을 마치고 풍년제를 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날씬해지기를 소망하는 데서 유래한 ‘빼빼로데이’와 흙을 의미하는 ‘농업인의 날’을 맞이해 우리 농업·농업인을 생각한다면 냉정하게 기념일 문화를 바라보고 우리 농산물로 차려진 건강한 밥상으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 어려운 우리 농업인의 한숨도 챙겨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