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제가 표류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가족사도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면 전직 대통령 가족들의 각종 사건과 대통령들의 입장은 어땠을까. 우선 김영삼과 김대중, 이명박과 노무현이 현직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가족들의 사건에 대해 이들은 모두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언제나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명박이 ‘이상득 특검’을 받아들여 형인 상득씨가 구속됐고, 노무현 역시 자신의 형인 건평씨의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2004년 건평 씨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에게 연임 청탁과 함께 3천 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데 이어 2008년에는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개입해 29억 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밖에 건평씨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봉하대군’이라는 별칭을 얻는 등 각종 이권과 인사에도 개입했다. 성완종의 청탁을 받고, 대통령 특사를 알선했으며, 그 대가로 5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같은 건평씨의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명박 재임 시절인 2012년, 대검 중수부는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명박은 같은 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도 수용했다. 당시 아들 시형씨가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은 것이 바로 이 사건이다. 이명박은 재임시절 형인 ‘이상득 특검’과 친인척 수사까지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이른바 ‘소통령’으로 불린 김영삼의 아들인 현철은 1997년 한보 사태 당시 몸통으로 지목당하며 수사 대상이 됐고, YTN 사장 인선과 고속도로 휴게소 입찰에 개입했던 흔적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어 그를 비롯해 박태중 (주)심우 대표, 전 안기부 운영차장 김기섭, 디즈니 여행사 대표 김희찬 등과 함께 구속됐다. 수많은 사건과 의혹에 이어 아들이 이 같이 구속되자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대중 대통령도 자식들의 비리를 피하지 못했다. 세 아들이 아버지를 등에 업고 이권에 개입해 거액을 챙긴 것이 드러나 모두 구속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는 각종 청탁을 들어주고 25억 여 원을 받은 혐의로, 3남 홍걸씨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36억 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김대중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이희호 여사 또한 “아들을 잘못 키운 죄”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 역시 처와 장모 사건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고통만 따진다면 역대 대통령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비슷한듯하지만 결코 비슷하지 않은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는 점과 특검을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과’는 대국민 소통의 길이었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는 언어적 도구였다.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는 하나의 기회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이 같은 지혜가 없다. 진정한 政治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배우지 못한 탓이며, ‘제갈공명’과 같은 인재 하나를 곁에 두지 못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