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김건희 여사’다. 여기도 ‘김건희’ 저기도 ‘김건희’, 대한민국이 온통 ‘김건희’로 퇴색했다. 야당은 야당대로 김건희와 검찰을 싸잡아 비판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김건희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심각한 것은 ‘명태균’이라는 인사까지 시류에 가세해 대통령 부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박이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김건희 현상’은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김건희는 윤 석열이 대통령 후보시절인 지난 2021년 12월 26일 코바나컨텐츠 대표 허위 이력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에 앞서 김건희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수상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논문표절 논란, 어머니 최은순과의 부동산 투기 연관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물론이고 권진법사 논란, 명품 백 수수, 사적채용논란, 해외 순방길 망신살,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과 공천개입 의혹, 그리고 새로운 인물인 명태균 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양파껍질’이 따로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로 인해 정치, 사회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나 자영업자들의 외침은 정치권에서 공염불이 된지 오래고 이재명의 오만방자함과 한동훈의 공언무시(空言無施), 그리고 윤 정권의 파렴치함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때문에 이제는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가릴 수가 없다. 명태균 씨가 카카오톡 메세지를 통해 공개한 “무식하고 철없는 오빠”는 누구를 말하는지 알 길이 없고, 용산이 내놓는 변명의 끝은 어디인지 그야말로 예측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웃었다. 걱정꺼리가 없어서 웃는 게 아니라 그저 웃음이 나와서 웃었다. 의료 대란으로 웃고 고금리와 고물가로 웃었다. 저 높은 곳의 뻔뻔함을 보면서 웃고, 정치 양아치들의 향연을 보면서 웃었다. 김건희와 최은순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을 향해서 웃고, 더러운 세상에 침을 뱉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