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을 놓고 의사단체와 정부간 갈등을 빚은지 8개월에 접어들었지만 상태는 더 악화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속수무책에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의사단체에 대한 저자세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간호법’이나 ‘화물연대’ 파업때 보여준 정부의 칼 같은 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2023년 7월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제정과 적정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 경희대병원을 비롯해 이대목동병원 등 전국 상급 종합병원 소속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이 같이 전면 파업에 나선 것은 2004년 의료 민영화 저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당시 파업의 핵심 내용은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에 따른 ‘간호법’ 제정에 있었지만, 이들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 정부의 강경책에 파업은 조기에 막을 내렸고 관련자들은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은 최근 에야 다시 국회를 통과했다.

‘안전운임제’란 화물자동차 근로자들의 과로와 과적·과속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설된 법을 말한다. 화물기사·화주·운수사업자·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가 운송원가와 운임을 결정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화물노동자판 최저임금인 셈이다.

그러나 제도를 도입하면서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법의 한시적 시행기간인 이른바 ‘일몰조항’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됐고, 화물연대는 이 ‘일몰조항’을 폐지해 달라며 지난 2022년 6월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들의 파업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으며,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행정처분은 물론이고 형사처벌을 내리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측은 ‘게엄령’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지만 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카르텔’을 외치는 등 세무조사를 강행하며 종사자들을 코너로 몰았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화물연대는 파업을 종료했고, 관련자들은 줄줄이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지금 의사단체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보건의료노조’와 ‘화물연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다른 까닭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윤 정부를 가르켜 ‘사이비’ 집단과 닮았다고 촌평한다.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 그것이 바로 공자가 지적한 ‘사이비(似而非)’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