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했던 `막걸리’가 최근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맥주와 소주, 위스키 등에 밀려 계속 뒷걸음질만 치던 막걸리가 극심한 불황을 타고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웰빙’ 열풍을 타고 저알콜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빚어 그대로 막 걸러내어 만들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찹쌀, 멥쌀, 보리, 감자 등을 주원료로 해서 이들을 찐 다음에 수분을 건조시켜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청주를 떠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걸러 짜낸다. 옛날 가정에서는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오지그릇 위에 우물정(井)자 모양의 겅그레를 걸고 체로 막 걸러 뿌옇고 텁텁하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거르기 전에 용수를 박아서 떠내면 맑은 술(청주)이고 물을 더 넣어 걸쭉하게 걸러내면 탁주가 되었다. 이때 찹쌀을 원료로 한 술은 찹쌀막걸리라 하고 거르지 않아 밥풀이 그대로 떠 있는 상태의 술을 동동주라고 했다.

막걸리는 40대 이후 사람들에게 있어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누구나가 한번쯤은 경험했을 추억이 깃들어있다. 심부름 도중 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남몰래 한목음 들이킨 막걸리는 그래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술에는 양면성이 있어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도 하고 ‘백독지원(百毒之源)으로도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나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을 과음하면 지방간이 되고 이어서 간경화증에 걸릴 염려가 많은 것이다. 또 위벽을 상하게 함으로써 궤양이 되기 쉽고 간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는 알콜 도수가 6% 정도에 불과해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며 사람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이 섭취한다는 유기산이 0.8% 함유돼 있고, 활성효모(살아있는 효모)가 많이 함유되어 인체에 필요한 소화 효소 및 무기물 공급이 원활해지고 사람이 필수적으로 매일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 함유돼 있고, 저알콜음료이므로 인체에 부담이 적고 적당량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 건강유지는 물론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막걸리에는 우리들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땀 흘리고 일한 농부들이 쉴참에 막걸리 한사발로 갈증을 덜어주는 농주(農酒)로서, 또 7, 80년대 대학가에서 파전 한 접시에 막걸리 두어 사발로 얼큰해진 젊은이들이 시국을 논하고 문학을 얘기할 때 없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 바로 막걸리였다.

이렇듯 `서민의 술’로 통했던 막걸리가 극심한 불황속에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깊어가는 가을, 경기침체로 우울해진 심사를 막걸리 한 사발과 걸쭉한 육자배기 한 가락으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