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아침에 매일 식구끼리 아침밥을 먹으며 자랐다. 아침 밥상에 별난 반찬이 있을 리 없던 시절. 가끔은 어머니께 ‘반찬투정’하다 아버지께 혼나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이려면 ‘밥투정’에 시달려야 했다. 밥을 먹으면서 부리는 투정이 반찬투정이라면 밥투정은 밥을 안 먹으려고 부리는 투정이다.

쌀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함량은 높고 밀가루 등에 비해 지방은 30% 정도 적어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다. 쌀의 펩타이드 성분은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비타민E 등 항산화제가 포함되어 세포 노화를 억제한다.

흔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또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결국 밥심으로 이겨낸다고도 한다. 사람의 힘을 나타내는 기운이라는 말에서 한자 기운 기(氣)에는 쌀 미(米자)가 들어 있으며, 쌀을 찔 때 나오는 수증기를 뜻한다. 밥심이 곧 기운이라는 의미이다. 밥을 잘 먹고 88세까지 살았을 때 ‘미수(米壽)를 맞이했다고 한다. 쌀 미(米)자를 분해하면 八十八(팔십팔)이 되기 때문에 미수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글자에 밥의 중요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들 밥을 안먹을까?

2023년 통계청 조사 결과 1인당 연평균 쌀소비량은 56.4㎏으로 밝혀졌다. 1967년 133.3㎏으로 최고점을 기록 한 후, 56년 동안 76.9㎏이 감소 되었는데 연평균 1.3㎏씩 감소된 셈이다. 성인기준 1끼 소비량을 100g으로 잡아 하루 세 끼 식사 한다면 연간 약 110㎏이 소비된다. 지난해 1인당 쌀소비량은 결국 하루에 약 1.5끼의 식사를 한다는 걸 나타낸다.

그렇다면 나머지 1.5끼의 식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첫째, 아침식사 결식으로 사라졌다. 질병관리청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아침결식률은 34%이고, 12세~18세는 37.7%, 19세~29세는 59.2%, 30세~49세는 41.9%를 나타내고 있다. 즉 12세~49세의 평균결식률이 46.2%에 달한다.
둘째,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식사가 사라졌다. 2023년 1인가구는 782만 가구로 전체가구의 35.5%를 차지하고 있다. 3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인 셈이다. 다인가구에 비해 1인가구 결식률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셋째, 쌀의 대체식품 증가로 사라졌다. 밥을 먹는 대신 육류, 빵, 국수,샐러드, 기타 인스턴트식품 등만 섭취하는 식사가 늘었다.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듯 밥의 소중함도 그러하기에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한다. 밥을 먹지 않고 있다면 밥의 소중함을 알고 변화를 주어야 한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밥투정이 아닌 반찬투정을 해야 한다. 밥심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니 건강한 장수를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한다. 내일 아침에는 아내에게 반찬투정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