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 2022년 11월 24일부터 시작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16일 만에 막을 내렸다. 정부가 화물연대 측에 회계감사를 비롯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강경책에 백기를 든 것이다.

‘화물안전운임제’란 화물노동자들의 과로와 화물차 과적·과속 문제의 원인이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일방적인 운임 결정과 갑질에 있다는 의견에 따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신설된 제도다. 

화물기사·화주·운수사업자·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운송원가와 운임을 결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사실상 화물노동자판 최저임금제인 셈이다.

실제로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 차주의 경우 2019년 월 300만원이던 수입이 2021년에는 373만원으로 24.3% 증가했으며, 시멘트 차주의 경우에는 월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111% 상승했다. 월평균 업무 시간은 컨테이너 차주는 2019년 292.1시간에서 2021년에는 276.5시간으로 3.5% 단축됐다. 시멘트 차주 역시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 감소했다. 특히 차량의 교통사고는 2019년 690건에서 2020년에는 674건으로 2.3% 줄었다.

그러나 제도 도입 과정에서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법의 한시적 시행 기간을 정하는 ‘일몰조항’을 추가했고, 이 일몰조항에 따라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운영키로 했다. 따라서 운송사업자나 근로자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라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윤 정권은 화물연대를 상대로 강경책을 펼쳐 백기를 들게 했다.

반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하고 의·정간 갈등을 빚은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저자세다. 오히려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의 자율적 모집'을 수용했고, 이에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지와 처우개선도 약소했다. 

운송거부 16일 만에 화물연대를 제압한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그래서 없는 자들의 세상살이가 한 층 더 서럽고 고달프다. 의대정원확대가 응급실 뺑뺑이 문제로 대표되는 응급의학과, 소아과, 심장외과, 산과 등 기피 과의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에도 정부는 ‘과학적 근거’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흔히 ‘피안성’이라고 불리는 피부과와 안과, 성형외과 등 환자의 생명과 직접 관련이 적고 비교적 근무환경이 편한 쪽으로만 의사가 몰리는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일을 벌인 윤 대통령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의료공백만 키운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엇이든 저지르고 본다는 설익은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렀으며, 윤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초라한지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