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로틱한 세계
 다왼은  종의 기원에서 ‘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썼다. 생물종들은 종의 다양성을 통해 종족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생명의 본질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하는 것에 있다. 여기에 종으로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유전자 조합이 없다면 그 종은 생존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적응과 경쟁만 이야기 한다면 종은 이기적이어야 할 것 같다. 이기적인 종에게 그다지 다양성이 많을 것 같지 않다. 다윈도 그렇게 생각했다.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기에 뭔가 하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공작의 화려한 깃털과 화려한 모양새의 수컷 새들을 보면 도저히 생존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다왼은 이 현상을 보고 성선택설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종들만 가득찬 곳에서 종족의 유지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 뭔가 에로틱한 면이 있어야 한다. 노골적, 포르노틱은 아니란 말이다. 성선택을 둘러싼 유희와 애착, 협동과 연대가 가미될 때 비로소 이 기계장치는 마찰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이는 좋은 말로 선의와 호의, 위로와 위안, 의미와 재미로 표현될 것이다.

■ 불평등한 세계
 지난 40년 동안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의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금융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승자독식, 각자도생 자본주의라 불리는 세계체제가 그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세계 상위10%가 차지하는 총소득 비율이 중국 41% 한국 45%, 러시아 46% 미국 48% 중동 64% 카타르 64%이다. 그야말로 범세계적인 불평등주의체제이다. 
 불평등한 세상은 사회를 분열시킨다. 사회 발전의 동력을 떨어 뜨린다. 토착주의 세력이 발흥하고, 원리주의와 포풀리즘이 국민을 사로잡을 것이다. 종교와 이념으로 분열된다. 열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 역으로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한 사회에는 신뢰와 신용을 유지하는 비용이 감소하고 소유와 경계의 문제에서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해 낼 수 있을까?  

■ 공공재 게임과 의사소통가설 
 인간 세계에는 자기만 아는 얍실이와 더불어 살기를 희망하는 협동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에서 얍실이는 얍실이답게 행동하고 협동이는 협동이 답게 행동한다. 이들에게 게임을 하나 해 본다.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룬다. 각 자 만원 씩 나눠준다. 이들에게 공공금고에 기부를 하게 한다. 금고는 낸 돈의 세 배가 적립된다. 그리고 나중에 이 돈을 세 명에게 나눠준다. 만약 다섯 명이 만원씩 낸다면 나중에 각 자 3만원을 받는다. 근데 이 중에 얍실이 한 명이 있어 돈을 안 내면, 얍실이는 첫 회에 3만 4천원, 나머지 협동이들은 2만 4천원씩을 받는다. 첫판에서는 얍실이가 이익을 본다. 문제는 이 판을 여러 번 반복한다면, 나머지도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막판은 모두가 손해를 본다. 여기에서 얻게 되는 교훈은 조직에서 얍실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 같이 살아야 되니 어떻게 하면 될까? 여기에 다른 게임을 적용해 보자. 공공재 실험을 30판 넘게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계속 실험 반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열 판 마치고 토론하고 이후 지속하는 경우, 세 번째는 열판 후 토론하고 그 이후 매번 토론하는 경우다. 결과는 이렇다. 첫 번째는 얍실이가 나타나 결국 금고는 줄어든다. 두 번째는 토론 후 금고액이 많아지다가 다시 줄어든다. 세 번째는 토론을 할수록 얍실이 행동이 줄어든다.
 결론은 끊임없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공론화를 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아젠다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계속 이끌어 내야 한다. 

■ 투자자와 시민
 우리는 자본주의를 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를 산다. 이는 우리는 소비자이자 투자자이며, 동시에 시민으로 산다는 것이다. 나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자본의 이기적 행위를 옹호해야 하고 심지어 환경을 파괴하고 전쟁도 눈감아야 한다. 그러나 또한 시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지구환경을 보존하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고자 한다. 우리가 잘 적응하고 생존하는데 두 가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다윈의 환경, 적응, 경쟁 이면에 하나의 본질을 이루는 성선택설처럼, 자본과 금융의 포르노에 선의와 호의의 에로틱한 영역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토론하고 설득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힘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