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식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필자가 부모로서 자식을 키우면서 절감하고 있다. 학업적인 측면에서 ‘내 자식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 속에 부모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최근에 아들 학교폭력 징계사건에 대하여 끝장 소송으로 대응하였다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지 하루 만에 사퇴한 모 변호사 사건에도 보듯이 부모의 대부분은 “내 자식만은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보면 엄연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평소에는 모범적이더라도 어느 순간 가해자가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과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회였다. 높은 교육열과 성실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군부독재정권하에서 고속성장을 추구하는 개발성장 위주 정책에 편승, 일정한 성과를 이뤄낸 측면은 있다. 그러나 앞만 보고 질주해온 우리 사회의 그늘엔 사회양극화 심화, 사회안전망 결여, 학벌위주의 서열주의와 인성교육의 실종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부분 부모들은 학교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내 자녀가 피해자였을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가해자에 대해 응징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반대로 내 자녀가 가해자가 되었을 때에는 그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 자녀가 대학에 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등 내 자녀 구하기에만 집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이슈들을 보면 내 자녀 구하기에만 급급한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더불어 피해자가 느끼는 피해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피해회복 노력이 미흡하였던 점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해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집안의 엘리트였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부족했고 부모 역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서열주의, 성과주의, 공부나 성공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자녀를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학업성과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주변의 친구들이나 이웃과의 정서적인 관계는 결국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배려, 일관된 교육철학, 실천이 동반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가르쳐야 하고, 자녀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도 내 자녀에 대하여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지금 우리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있어 문제점은 없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한 듯하다. 자기 자녀를 구하는 진정한 방법은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의 자녀를 낙인찍지 않고 너그럽게 대하는 태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필자를 포함한 부모들 모두가 스스로 곱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