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남들의 분투
 장인어른이 피를 토했다. 10여일 동안 음식을 거부하고 누워지내는 끝에 발생한 일이었다. 40년생으로 경미한 치매와 뇌심혈관질환을 앓고 계시는 장인은 강단있고 남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분이다. 2녀 2남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삶을 정리한다고 생각했다. 평소 병원가기를 싫어했고 스스로 삶을 정리하기를 소원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물론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들까지 수시로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었다. 장인은 그때마다 맑은 눈을 뜨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힘듦을 참고 끙하며 모로 누웠다. 그러다 피를 토하신 것이다. 이를 본 큰처남이 이건 아니다 싶어 병원에 가자고 했다. 장인은 안간다고 버티었다. 자식들은 급하게 상의했다. 결론은 이건 치료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큰처남이 총대를 매고 말했다. 화를 내며 애원 하며. “아버지, 자식들 가슴에 한을 남겨주실려고 그러셔요. 이번 한 번만 저희들 말 들어 주세요” 
 119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 진단은 급성 위궤양에 의한 출혈. 응급내시경으로 지혈을 하고 입원을 했다. 작은 처남이 간병을 맡았다. 코로나 검사로 음성이 확인된 한 사람만 보호자로 병동에 있어야 했다. 치료와 수액을 맞고 어느 정도 의식과 힘이 돌아온 장인은 난폭해졌다. 집에 가겠다고. 주사바늘을 빼려하고, 아들에게 네 놈 이 놈 하면서 성난 눈빛을 띠곤 했다.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환자의 손발을 묶을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은 당황했다. 평소 아버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동에 자괴감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작은 누나는 아버지가 치매와 섬망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정을 떼려고 그러는 것이다라고 동생을 위로했다. 큰누나는 항암치료중이라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아버지 생각만 하면 눈물을 쏟았다. 다른 동생들은 그래서 큰 누나에게 연락을 안 했다. 작은 누나도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났지만 삶을 잘 정리하고 고통없이 가시기를 소망했다. 장인에게 입원 중 담낭염이 생겼다. 그래도 퇴원을 고집했다. 아내가 보고 싶다고 했다. 결국 입원 10여일 만에 복부에 담즙배출관을 꽂은 상태로 퇴원을 했다. 이 사태를 옆에서 지켜본 사위의 눈에는 이랬다. 네 자녀들은 아버지의 위기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물러나지 않고 단결했다. 물론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감정선이 보였다. 연민과 위로로 순간의 위기를 견디고 아버지 곁에 있어 주었다. 수일이 지난 후 장인은 이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 Care 
 새벽에 거실에 나와 책장을 둘러 보았다. 무슨 책이 있나 하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2년 전에 산 것인데 재미가 없어 책장에 둔 것 같았다. 저자는 41년생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이다. 중국과 대만에서 문화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현재는 하버드의대의 ‘국제보건 및 사회의학 교실’의 교수로 있다. 첫 장에 ‘조앤 앤드리아 라이먼 클라인먼에게 1939.9.4.~ 2011.3.6. 또한 조앤을 사랑했고 돌보았던 모든 사람. 나처럼 그녀의 사랑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에게’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흥미롭게 읽었다. 왜 지금 이 책이 눈에 들어 왔을까? 
 저자의 부인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남편은 아내를 10년간 돌보았다. 처음에는 시력이 나빠졌고, 후에 인지력, 판단력이 떨어져 갔다. 조화의 시간에서 불안과 공포의 시기로 서서히 넘어간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 그는 끝까지 곁에 있었다. 언어는 이 문장의 실제 무게를 다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도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느낀다. 그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숭고하고 위대한지를. 저자는 아내를 떠나 보내고 돌봄의 의미에 대한 글을 썼다. 글은 저 깊은 곳에서의 체험에 기반했으므로 구체적이고 진솔했다. 그러나 감동보다는 공감을 느끼는 글이었다. 왜냐면 우리가 항상 이런 문제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식인이고 의료인으로서 이를 정리해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상대화하고 객관화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돌봄 행위의 생각지도 못한 의미를 새로 지을 수 있을 것이다. 

■ 돌봄의 의미
 저자는 돌봄을 ‘옆에서 존재함, 마음 열기, 경청, 실천, 인내, 사람과 추억을 소중히 하기’로 플어낸다. 개인의 돌봄은 가족과 친구, 동료와 지역사회로 선한 영향력이 되어 퍼져 나간다. 돌봄은 분열과 파괴의 힘에 맞서서 사회를 하나로 잇는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라 한다. 저자는 이어 말한다. 세상은 결국 투쟁과 고통, 좌절된 열망에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나름의 선을 행함으로서 그나마 사회는 앞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다. 세상에 인간은 아무리 중심이 잘 잡혀 있어도 풍파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돌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결국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겨우겨우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돌봄의 의미를 통해 장인어른의 모습, 그리고 네 형제들의 고군부투를 새롭게 들여다 보게 되었다. 또한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생하고 있는 돌보는 분과 돌봄을 받는 이들에게 연대를 보낸다. 당신들이 우리고 나다. 힘내자고. 살아보자고, 살아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