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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망각의 시간
2022년 10월 18일 (화) 11:51:40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944-1900)는 ‘망각(忘却)’이란 ‘엄밀한 의미에서의 적극적인 억제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억제력은 우리의 생각을 해방시킨다고 해석했다.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그 무엇인가를 잊는다는 것은 바로 억제력에 있다고 그는 굳게 믿었으며,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망각’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망각’은 단순하게 ‘의식의 창과 문을 닫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지만 망각이 없으면 행복이나 희망, 긍지와 같은 새로운 요소를 창출해 낼 수 없다고 정리했다. ‘망각’은 곧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에 빠지고 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가까운 지인이 세상을 떠나도 불과 몇 날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기쁨이나 고통도 쉽게 잊는다. 자고나면 다양한 사건들이 사회를 뒤흔들지만 그것을 잊는 것도 순간이다.

따라서 세상을 뒤 흔든 윤 대통령의 욕설도 이미 망각에 묻혔으며, 고교생의 카툰인 ‘윤석열차’에 대한 여의도 도적떼들의 촌극도 기억에서 멀어졌다. 역사 인식에 문제를 드러낸 국민의힘 정진석의 망언은 며칠 지나지도 않아 벌써 잊었다.

이준석도 마찬가지다. 보수들의 기억에서 ‘공’은 이미 지워졌고 ‘과’만 남았다. 매시간 공중파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정도로 연일 화제를 모았으나 이제는 한줄 뉴스에서도 그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성상납 의혹 등 스스로의 패착에 따른 그의 탓이 크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아첨꾼들이 득실거리는 한 이준석의 재기는 기약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준석을 평가할 때 ‘젊은 패기’를 먼저 입에 올린다. 그만큼 자기주장도 강했다. 그의 주장이 ‘헛소리’에 불과할 때도 있었지만 기존의 정치세력을 쥐락펴락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남다르다.

“기본적으로 실력이나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엘리트주의’라는 비난도 샀고, 이른바 꼰대들이 득실거리는 보수 정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각종 홀대와 마찰도 끈이지 않았지만 보수들이 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한 것은 사실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차별화된 리더십이었다.

급진적인 페미니즘에 대한 반대 입장이나 자유에 대한 가치기준을 외친 것 또한 한 때 이준석의 ‘마이웨이’가 생산한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 상당수 보수들은 그를 기억 속에 담아 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야 윤 대통령을 둘러싼 간신배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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