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는 무엇을 원하는가
 “ESG를 ‘착하다’라는 시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장 바보 같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꽤 강렬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논쟁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한다. 기존에 출판된 ESG 관련 도서들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문제의식들을 쏟아내며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그가 채우고 싶었던 이슈들은 대략 이렇다. ESG는 어떤 전략적 관점에서 만들어졌는가. ESG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나 집단은 누구인가. ESG로 인한 국가 간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전쟁과 같은 변수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이다. 저자의 관점이 논쟁이 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논쟁이 된 이슈는 결국 논의와 합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SG가 한국 사회와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은 당연한데 아직 뚜렷한 액션이 없는 것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을 것이다.
ESG가 무엇이고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생겨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CSR은 직원들의 복지나 근무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 중의 하나였다. CSR에 중요성을 알게 된 기업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다른 이슈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환경문제와 기업의 지배 구조다. 이렇게 서구의 기업들은 이미 80, 90년대부터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 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 세 가지를 묶어 ESG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이다. 이때 ‘유엔 글로벌 콤팩트’라는 단체가 낸 보고서 (Who Cares Wins 보고서)에 ESG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회사, 투자은행, 보험회사, 세계은행, IMF 등 전 세계 금융사들이 같이 썼다. 왜 금융사들이 모여서 ESG 경영에 주목했을까.

■ ESG와 자본주의
 저자의 우려는 우리가 ESG 속에 담긴 이해관계나 비즈니스 전략과 같은 본질보다 ‘환경과 사회를 위해 해야 한다’는 명제만 가득한 명분적 구호로만 다루는 데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금융사들이 ESG 경영에 주목한 이유가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금융자본은 자본주의의 중심이다. 자본주의는 선의로만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를 가장 안정적으로 끌고 갈 답으로 CSR을 만들고 그다음 단계로 ESG를 만든 거다. ESG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자본주의고, 자본주의가 선택한 미래가 바로 ESG다. 지난 100년간 내연기관 자동차가 중심이었다가 이제 전기차가 중심이 되었듯이 앞으로 모든 영역에서 친환경적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계산한 비용이 275조 달러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35경이다. 이 엄청난 돈은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각종 설비투자 등 기술을 바꾸는 데 들어갈 것이다. 다시 말해 275조 달러의 어마어마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ESG라는 개념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자본주의가 가장 이득이 되는 이 방향 속에서 한국 기업과 경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가 중요해진다. 저자는 한국 기업에 있는 경영진들이 이 변화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변화에 대한 반발을 두려워하는 CEO는 당장 사표를 써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한다.

■ ESG와 개인
 한국도 이제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올해 5월에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CEO들이 모여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기업이 일자리와 이윤창출의 역할을 넘어 소비자, 직원, 지역사회, 하청업체를 위해 일하겠다는 선포식을 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 회사 800여 개 중 최신의 기준에 따라 ESG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이 7% 미만이라고 한다. 이제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상태를 제대로 측정하고 문제가 드러났을 때 해결의 노력을 할 수 있는 ESG 정책, 실행, 전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바란다. 그럼 개인과 ESG는 관련이 없는 걸까?
 ESG가 기업과 국가가 관여해야 하는 이슈로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개인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ESG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로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회와 이득이 될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것도 기업이나 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본질적으로는 ESG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미래의 답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심각해진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모든 문제가 이 ESG 경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이 지금 세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에도 유용하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