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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묵점 기세춘 옮김 『장자』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22년 05월 10일 (화) 11:01:04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묵점 기세춘
 선생께서 5월 6일 별세하셨다. 향년 88세. 선생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 기대승의 후손으로 조부는 의병 활동, 아버지는 항일 운동을 하셨다. 유년 시절 집안에서는 세춘을 정규학교에 보내지 않고 6년간 한학을 가르쳤다. 12살 되던 해 초등 5년에 편입한 세춘은 전북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농촌계몽운동에 투신해서 전북 퇴비증산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1960년 선생은 4.19혁명에 가담했고, 1963년 동학혁명연구회를 만들어 동지들과 후진국개발론, 통일문제에 매진했다. 이때 동지들이 노인영, 신영복, 이수인, 김형래, 유인학씨등이다. 이 단체가 1968년 통혁당 전선 단체로 의심받아 선생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뤘다. 이후에도 선생은 사월혁명연구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국민화합운동연합등에서 활동하여 재야의 길을 꾸준히 걸어 오셨다. 우리는 그를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맞서 싸운 재야 지식인, 진보사상가’로 부른다.

■ 재야한학자
 당국의 감시를 지속적으로 받던 선생은 1990년대 초부터 ‘세상이 갑갑해서’ 동양 고전 번역 작업을 시작하였다 한다. 1992년『천하에 남이란 없다-묵자』를 출간하였다, 1994년에는 신영복과 함께 『중국역대 시가선집』을 냈다. 그 해에 문익환목사와 함께 『예수와 묵자』를 출간했다. 2002년에는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로 『유가』,『묵가』,『도가』,『주역』을 냈다. 2005년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동양사상 바로알기’를 주제로 『동양고전산책』1.2권을 출간했다. 내가 읽은 『장자』는 2007년도에 낸 것이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서문에서 ‘장자는 가히 책을  짓는 작가로서 으뜸’이라 하였다. 연암은 장자의 글은 주역과 춘추가 갖는 은미함과 현저함을 동시에 갖고 있고, 사실과 허구를 오고 가며 변화무쌍한 서사를 보여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선생은 이젠 연암이 읽었던 그 감동을 한글세대인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재의 장자 번역본들은 오역과 왜곡, 변질되어 흉물스럽기 까지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권력에 의해 교조화되고 이념화한 사상들이 장자를 주술과 신선술로 포장된 신비학으로, 체제에 순응하는 은둔과 청담으로 변질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조선시대 성리학 중심의 유학 풍토에 장자는 주변부에 머물 수 밖에 없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동양학이 황국신민의 교양서로 전락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한다. 또한 번역자들의 역량한계가 뚜렷했다. 중국 고전에 쓰인 고문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포괄적이여서 인문 사회 각 영역의 소양이 역자에게 요구되는데 학문의 한 부분에만 조예가 깊은 것 가지고는 번역이 쉽지 않다고 했다.

■ 어린아이 맘으로
 선생은 2004년 대전 한남대에서 장자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이 때 만든 교재를 토대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한다. 선생은 장자를 어린아이 맘을 가지고 읽으라 한다.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철학서가 아닌 이야기로 자신의 무궁한 상상력을 가지고 읽으라 한다. 왜 우리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무궁한 상상력을 펼치며 장자를 읽어야 할까? 그 이유는 장자에는 반문명. 반체제적인 우화와 풍자와 반어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상히 여기는 왕과 제후, 공자와 글 아는 사람들이 사실 알고 보면 하나만 알고 둘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이고, 짐승과 벌레, 병신과 도둑들, 천민들과 노동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지혜를 갖는 사람들임을 장자를 통해 알게 된다. 이러니 기득권의 고루한 프리즘을 갖고 장자를 읽어낼수 있겠는가.
 장자 23장 경상초편에도 남을 해치지 않고 자신을 보존하려면 ‘어린아이처럼 되라’는 말이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아이는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이유는 화평하기 때문이고, 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땅기지 않는 이유는 그 덕이 공손하기 때문이고, 종일 보아도 눈을 깜작이지 않는 것은 외물에 편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도 삶의 전개를 보면 처음에 낙타처럼, 중간에는 사자처럼, 그리고 종국에는 어린아이처럼 되는 것이라 했다. 곰곰 생각하면 일리 있고 이해되는 말이다. 조선시대 실학의 선구자들인 허균과 홍대용, 박지원등도 새로운 창조를 위한 ‘동심론童心論’을 주장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 이야기일 것이다.

■ 道行之以成 
 이 문장은 2장 제물론에 나온다. 나는 아침마다 걸어서 출근한다. 대천 천변을 걸으며 이 문장을 새기며 삶의 지표로 삼고자 한다. 이 문장을 수 많은 책에서 인용문으로 접했지만 원전에서 직접 본 감정은 전율에 가깝다. 이런 것이 원전을 읽는 묘미다. 선생은 이 문장을 ‘도는 운행하니까 이루어진다’로 해석하였다. 앞뒤 문장을 바라보며 읽어야 이해가 된다.
 2월에 장자 33장을 새벽에 매일 한 장씩 강독하며 녹음한 적이 있었다. 하나 하나는 난해했으나 통으로 장자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던 경험이었다. 우리 독서 시민들도 100주년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고전 장자 독서에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묵점 기세춘선생을 기리며 독후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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