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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김호연 소설 『불편한 편의점』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2년 03월 22일 (화) 11:04:36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불편한 편의점 사람들
 김호연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김호연 작가는 2013년『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그의 두 번째 동네 이야기다. 『불편한 편의점』은 용산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작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야간 알바와 동네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다.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한 가게다. 그런데 그 수식어는 ‘불편한’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반어법적인 표현은 책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닮아 있다. 책은 여덟 개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각각의 이야기는 어느새 한곳으로 모여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관통시킨다. 일상의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 속에 우리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 모든 답이 있음을 머리로는 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치우친 삶 안에서는 왜 그토록 보이지 않는 건지.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 이 작은 편의점에 스며든다. 그리고 사람에게 스며든다. 책 속의 인물들은 현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져 몰입도가 엄청나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있다. 역사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한 편의점 주인 염 여사는 잃어버렸던 자신의 지갑을 이 노숙인에게 전달받는다. 그 인연으로 독고는 그녀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염 여사가 그에게 편의점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독고는 어눌한 말과 행동, 괜한 참견으로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런데 손님들은 이 남자에게 묘하게 끌린다. 불편하고 기분이 나쁜데 마음에 남는 뭔가가 있다. 자신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이 노숙인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궁금증은 내러티브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 그들의 이야기
 편의점에는 20대 취준생 시현과 50대 오여사가 알바를 한다. 그리고 독고가 이들 삶 속에 갑자기 끼어든다. 도대체 이 남자가 손님을 제대로 상대나 할 수 있을까. 시현과 오여사는 불안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면서 이 남자를 경계한다. 그리고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세트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회사원 경만. 그 역시 새로운 알바 독고에게 좋은 감정일 리 없다. 독고와 엮이는 그 밖의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로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고가 이들에게 행하는 영향력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에 이른다. 독고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인물이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남아있다. 특히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한 염여사를 위해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의를 온몸으로 맞선다.
 삶이 망가진 이후에 자신을 처음으로 인간답게 대해준 염 여사와 편의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에 대한 독고의 시선은 그들의 아픔과 애환으로 향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독고와 손님들 사이에 오해와 충돌이 생긴다. 독고가 내미는 위로와 공감의 손길은 오히려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일어나는 반전. 이들이 들려주는 7가지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다. 때로는 웃기고 그러다가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렇게 매출도 상품도 시원찮은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한 공간에서 위로와 기쁨을 나누는 공간이 되어간다. 청파동 사람들의 고된 삶이 그들을 매몰시키지 않도록 만든 것은 바로 독고였다. 이런 독고가 왜 자신의 삶은 그토록 방치해 놓은 걸까.

■ 삶의 시선, 독고 자신을 밝히다.
 “고통의 기억을 잊으려 허기조차 잊고 술로 뇌를 씻어보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억을 휘발시켜 버리고 이제 내가 누구라고 조차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3인칭으로 서술하던 시점은 마지막 장에서 독고의 1인칭 시점으로 바뀌면서 그의 생각을 드디어 읽어 낼 수 있다. 도대체 독고가 가진 아픔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자기 자신을 잊기 위해 스스로를 망가트렸을까. 그 삶의 내막은 큰 반전을 이루며 충격을 준다. 그토록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난 곳의 시작은 바로 편의점이었다. 자신의 처지에만 고정되어 있는 시선이 밖으로 향할 때 비로소 내가 보지 못했던 삶의 의미가 보이는 것일까. 책의 모든 인물들이 처음에는 자기 자신을 향해 있던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긴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가 제대로 보였다.
 독고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 따위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도망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독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시선을 교차 시키면서 갈등을 화해로 만들고 삶의 문제를 풀어 나간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야겠다.” 독고와 청파동 사람들의 일렁이는 감정에 이입되었을 때 작품은 비로소 삶의 의미를 드러낸다. 각 이야기에서의 반전과 독고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져 나가는 동안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다. 뭔가 재밌고 감동적인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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