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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암 사망, 나도 암" 대천해수욕장 마을 덮친 비극
[이웃 사촌- 현장취재] 37가구 중 암 환자 30여명.. '사격장 이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 중인 보령 갓배마을 주민들
2022년 01월 25일 (화) 11:30:36 심규상 기자 webmaster@charmnews.co.kr
   
▲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주민들이 지난 10일 대천공군사격장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멀리 사는 친족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더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신문사가 참여하고 있는 <충남지역언론연합>이 충남 이웃 시군의 주요 현안을 주민들의 처지에서 현장취재를 통해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이웃 사촌'에 많은 관심바랍니다. (편집자 주) 

"37가구 중 27가구에서 주민이 암 투병을 하다 죽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대부분 70대 미만입니다. 지금도 5명이 암 투병 중입니다."
손인교(82) 충남 보령시 갓배마을(대천면 신흑동 10통 3반) 반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천해수욕장 인근인 이 마을엔 한때 수백 명이 살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오갈 곳 없는 70여 명 만이 남아있다. 대부분 거주한 지 50년 내외다. 이들에겐 한평생 한결같은 소망이 있다. '공군사격장 이전'이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대천해수욕장 앞바다를 접하고 사는 마을에서는 최근 10여 년 사이 암 환자가 30여 명 나왔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근 공군사격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 바로 앞에는 철조망 사이에 두고 공군부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과 직선으로 300여 미터 떨어진 곳이 부대 사격장이다.

<마을 뒤덮는 소음과 화학물질... "주민 전체가 소리 잘 못 들어">

대천 공군사격장은 1962년 8월 미8군 사령부에서 설치해 사용하다가 1981년 7월 한국 육군에서 인수했고 1991년 7월 공군 방공포병사령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공군 유도탄 사격대회 지원 및 관리를 하는 사격지원부대인데, 증언에 따르면 공군 외에도 육군도 와서 사격과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조치와 준비 점검을 위해 훈련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훈련장에서 사격하고 나면 소음과 화학물질이 포함된 포연이 마을을 덮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주민 전체가 소리를 잘 못 들어요. 여기 계시는 분 중 귀가 성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사격 훈련 소음이 어느 정도냐고요?  장날 가면 튀밥 튀는 뻥튀기 기계 있죠. 그걸 안방에 놓고 '뻥'하고 튀밥을 튀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귀가 성치 않은 주민들도 포가 터질 때마다 놀라 뒤로 주저앉게 돼요." (손인교 마을 반장)
"관광객이 몰리는 7월과 8월 그리고 일요일을 빼고 매일 포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고 보면 돼요. 일 년에 150일가량 사격 훈련을 해요. 한번 시작하면 짧은 게 한나절이고 대부분 아침부터 저녁까지 포를 쏴요. 말이 바닷가 해수욕장이지 전쟁터예요. 전쟁터!" (주민 장아무개씨, 78)
실제로 주민 대다수가 기자의 질문을 잘 듣지 못해 취재 과정에서 소통에 애를 먹었다.       
공군은 이곳 사격장에서 RC 소형 무인항공기를 대천 앞바다에 목표물로 띄워놓고 벌컨포, 패트리엇 미사일, 호크 미사일, 단거리 대공미사일 등으로 각종 전술 무기로 무인 항공기를 요격하는 사격훈련을 수시로 하고 있다. 주민들의 증언과 자료들을 보면 훈련을 할 때마다 굉음과 함께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사격훈련으로 인한 진동 피해호소도 이어졌다.
"사격할 때마다 유리창이 덜덜 떨려요. 집마다 벽이 진동으로 갈라져 성한 곳이 없어요. 지붕 위로, 장독대로 포 깍지가 떨어진 적도 있어요."
"매년 갈라진 벽을 메우는 게 일이에요. 그러면 또 갈라지고..."
 
<국민 평균보다 높은 암 사망률, 추가 조사 손 놓은 보령시>

주민들은 마을의 높은 암 발생률이 사격장 운영과 연관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남편 직장 따라 들어와 이 마을에 산 지 55년 됐어요. 남편이 60대 초반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나도 암 진단을 받고 3년째 치료 중이야." (주민 김아무개씨, 81)
"남편이 11년 전 암 투병 하다 돌아가셨어요. 그때가 60대였죠. 여기 살면 병에 걸릴 수밖에 없어요. 오랫동안 마을 주민 모두가 지하수를 먹고 살았는데 지하수에서 기름 냄새가 나더라고. 예전 미군 부대에서 버린 폐유가 스며들었다고 생각해요. 또 거의 매일 포 사격훈련을 하는데 뿌연 연기가 엄청나게 나요. 그게 다 바람 타고 마을로 몰려 들어와요. 그걸 매일 들이마시는데 성한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주민 차아무개씨, 79)
"남편이 7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군부대 때문이라고 하면 근거가 있냐고 되묻는데, 미군이 있을 때 폐유 불법매립으로 오염된 지하수 마시고 포탄 연기 속에 살았으니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포 사격으로 놀라서 그러는지 매일 가슴이 뛰고 왼쪽 귀가 윙윙거려 수술했는데 지금도 웅웅 소리가 나요." (주민 최아무개씨, 72)
보령시는 2018년 '보령 공군사격장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갓배마을 주민의 암 사망률이 대한민국 국민에 견줘 53% 정도 높았다. 하지만 해당 조사를 실시한 용역업체는 공군 사격장과 암 발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용역업체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갓배마을 주민 암 사망률이 다른 일반인에 비해 더 높고 토양 등에서도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공군 사격장과 주민건강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방지 대책으로는 공군사격장 이전, 소음 민감지역 거주민 이주 등을 제시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보령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김영석(59) 대표는 "사격장 인근 마을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크게 높은 것은 사격훈련과 사격장 내 유류저장고 운영에 따른 영향으로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사격장 내 토양, 지하수를 비롯해 주민들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령시와 국방부 등은 '조사결과 주민 건강과 공군사격장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하며 추가 역학조사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공군 사격장이 원인이 아니라면 주민이 죽어 나가는 이유가 뭔지 답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럼 이유가 뭐냐고요." (손인교 반장)

<'군부대 이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 시작했지만...>

참다못한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마을 앞 공군부대 앞에서 '군부대 이전'을 내걸고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50여 일째 방공유도탄사령관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충남도지사도, 보령시장도 별 관심이 없어요. 군부대 사령관은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죠.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아요. 마을 주민을 병들어 죽게 하는 게 우리나라 국군의 사명인가 봐요." (주민 김아무개씨)
이에 대해 해당 사령부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구성된 민관군협의회에서 서명한 '보령 공군대천사격장 주변지역 상생협력을 위한 합의서'대로 주민 불편 감소를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격훈련은 군 기강확립을 위해 중단할 수 없는데다 대체부지 마련이나 비용조달 등 문제로 부대 이전은 아직 논의된 게 없고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바람은 한결같다.
"뭘 원하냐고요? 군부대 이전이요. 조용히 살고 싶어요. 지금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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