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연휴를 앞두고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에서 공사비가 누락된 부분에 대해 당시 담당부서 관계자들에게 '훈계' 처분이 이뤄지자 공직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마무리되면 본인들의 치적으로 돌리면서 잘못되면 꼬리 자르기 식으로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담당부서 공무원들을 징계하는 못된 관행이 되풀이 됐기 때문이다.

'훈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1년동안 포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과장은 별 상관 없지만 승진을 해야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 할 수 있다. 경미하다 하더라도 일종의 '징계'나 다를 바 없다.

또, 과장이야 담당부서의 장이기 때문에 '훈계'가 아닌 징계 처분이 내려졌어야 함에도, 다른 직원들과 같이 '훈계' 처분을 한 것은 형평성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보여주기식의 꼬리자르기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음에도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김동일 시장이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에게 공격받을 빌미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스포츠파크 공사비 누락은 당시 행자부의 지방재정 투융자심사와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을 줄여야 했으며, 이렇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다보니 줄어든 예산때문에 당연히 불거질 일 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시 시청 내부에서도 이 사업은 최소 4백여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일단 사업에 착수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사업비를 추가하면 된다는 집행부의 안일한 판단이 자초한 결과라는 것이다.

보령시가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담당부서에 징계조치를 하고 결재권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는 선택을 할 것 이라는 예측은 시의회에서 문제제기를 할 당시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 6월 21일 한동인 시의원은 시정질의를 통해 스포츠파크 조성사업 공사비 누락과 관련 김동일 시장에게 대시민 사과를 요구하며 “이 일이 하위직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로 마무리돼서는 안된다”면서 “반드시 해당부서의 장이나 김동일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보령시는 당시 담당부서 과장 이하 관계자들을 '훈계' 처분 했다. '훈계'는 징계에는 들어가지 않는 아주 경미한 주의처분과 같다. 하지만 경중이 아니라 '누구'에게 '훈계' 조치가 내려졌는지, 또 '정당'한지 여부가 문제다.

보령시는 지난 2018년 충남개발공사와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 위·수탁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충남개발공사는 2020년 6월 전기·통신·소방 공사비 34억원이 누락됐다고 보령시에 이를 알려왔다.

하지만 김동일 시장은 올해 시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히며, 공직사회 내부의 보고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교육체육과장이 시의회를 찾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만약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의 시작부터 어떻게 해서 예산이 줄었는지, 또 줄어든 예산에서 왜 이렇게 금액이 초과돼 일부 공사비가 누락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게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들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축구장이 1면이 추가가 된다거나, 애초 계획에는 없던 야간조명을 설치하는 등의 예산 부족분이 발생해 실무자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시한 누군가가 져야 한다.

또한, 징계가 정당성을 인정 받으려면, 이 추진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져 지시한 사람까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공직사회에서는 이번 '훈계' 처분의 파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직자들의 표심을 결정하게 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동일 시장의 선택이 본인의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공직자들의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리라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