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물들이 생동하는 완연한 봄이다. 산들도 연녹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밭두렁 논두렁 사이사이 과일나무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벌리고 연분홍 꽃과 하얀 꽃을 만개하고 있다. 한해의 열매를 맺기 위한 축복의 바람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하늘을 향해 한번 올려 다 보고 다시 걸어가 무거운 짐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화창한 날에 학교 행진곡이 힘차게 교문을 넘어 들려 올 때 나에게도 그리움을 그릴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 명절이 다가오면 여동생과 함께 동구 밖에서 혹시나 하는 큰 기대감으로 하염없이 외삼촌 외사촌들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언제나 오시지 않았다. 다행히 작은 외삼촌께서 명절날 새벽 같이 술 한 병과 선물세트 과자를 들고 오셔서 기뻤다. 그러나 삼촌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던 것 같다. 내가 열 살 때 이원영님을 알게 되어 금방 삼촌이라고 부르고 잘 따르게 됐다.
선한 눈빛에 온화한 웃음과 따뜻한 말씨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20여일을 같은 병실에 지내면서 좋은 일도 많았다.
삼촌의 여자 친구들이 사오는 꽃다발 속에서 카네이션을 생화로 처음 볼 수 있었던 일과 믿음이 좋은 언니가 몰래 귓가에다 노래를 불러주웠던 일, 퇴원하면서 편지 꼭 하라며 주소를 적어주었던 일….
그 후 한 번씩 오고 가는 편지 속에서 언젠가는 삼촌이 살고 있는 장성에서 시골인 순천낙안에 오신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기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언젠가는 삼촌이 찾아 와 주실 것 같은 기대감은 가슴을 뛰게 했다.
이원영 삼촌을 생각 할 때면(영원처럼 느끼고 싶고 이상) 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이원영 삼촌과 소식이 끊긴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에 삼촌의 직장 이직과 동시에 결혼하신 후 였다.
어려웠던 표현을 어쩌지 못하여서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그리고 이 후 이원영 삼촌의 일부분을 닮은 사람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깊고 간절한 사랑을 소망 할 수 있었다.
3월에 벚꽃이 하얗게 필 때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걷고 싶은 바람은 이원영 삼촌에서 시작 된 것 같다.
삼촌!
삼촌은 원영 이였지만 영원처럼 다가왔습니다.
삼촌은 기나긴 시간 동안 제 마음 속에서 이상 이었으며 위안이 되었습니다.
삼촌을 뵐 수 있을까요. 삼촌을 알았으므로 먼 곳에서도 그리움을 키워 보았습니다.
삼촌은 흑백 증명사진으로 영원히 저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보령도서관주부문학모임예지회>
2025.1.14 화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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