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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운명의 과학』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20년 06월 23일 (화) 11:20:28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운명과 자유의지
 저자는 90년대 후반 영국 정신의학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어린 시절 학대나 방치를 경험한 아동들의 인격장애, 조울증, 자폐증을 경험했다. 나름 그들을 도우려고 노력했으나 증상은 대부분 좋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후에 그 녀는 이 들을 돕고자 하는 열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경정신의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 책은 신경과학이 ‘여러 가지 행동의 어디까지가 선천적인 부분이고, 결정은 어디까지가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낸 내용’을 담고 있다. 작금의 신경과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질과 성격, 그리고 인격이 유전자 암호코드에 내장되어 있고, 뇌회로의 배선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생각보다 인간의 주체성이나 자유의지 영역은 적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모노아민 산화효소를 만들어내는  DNA대립 유전자의 발현이 적은 경우 사람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는 견뎌내고 보다 앞으로 삶을 전진시켜 내는가 하면, 누구는 평생을 홧병으로 허우적 거린다. 이러한 회복력도 유전적 요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뇌유래신경영양인자’란다. 이 인자의 발현이 많이 되는 사람은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누군가가 동정을 잃게 될지도 모를 나이와 관련된 유전자’도 최근에 밝혀졌다고 한다. 신경과학자들은 편도체(몸이 투쟁도피반응을 준비하도록 지시)와 뇌섬(연민과 공감영역)의 크기와 활성도를 보고 이 사람이 정치적으로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맞출 수 있다고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나아가 지난 시대의 우생학의 재현으로 진행될까 하는 우려를 갖는다고 한다. 뇌 구조의 배선을 변경시키는 케넥톰학이나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기반한 유전체학과 단백질체학연구가 그런 경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배아에서 불필요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유익한 정보를 갖는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는 ‘CRISPER/Cas기술’이 상용화되어 윤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중국에서 실제로 유전자 편집된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 나아가 신경과학적 성과가 공적영역에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자본의 지배를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할 수도 없다. 소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그런 사회가 아닐까 싶다.

■ 뇌의 가소성
 그러나 익히 알듯이 세상은 유전자와 뇌의 갖추어진 배선에 따라 발현되지는 않는다. 바로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뇌신경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재생됨이 확인되었다. 즉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학습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과 신념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편견과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소화하기에는 뇌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여 개인은 항상 오류를 범하고 실수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해서 개인은 타자와 대화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인류 역사는 그런 과정을 통해 집단 지성과 지식을 갖추었고 발전해 왔다.
 나아가 이기성 만큼 이타성도 인간의 유전자에 코드화되어 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은 극단적 이타주의와 사이코패스라는 스펙트럼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구집단을 연민과 이타심이 좀 더 많이 발현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이 책에 나와 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분노해 있을 때, ‘나 화가 났어’라고 차분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원시적인 감정적 분노 반응’이 ‘고등인지회로활동’으로 올려 보내져 감정적 고통이 완화된단다.

■ 신경과학의 미래
 우리가 추상적인 가치체계라 믿는 의지와 신념이나 인격도 간단한 뇌조작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50대인 내 나이입장에서는 우리가 죽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우린 믿고 싶다. 사람의 인격은 유전자에 내장되고 발현된 기질과 무의식 체험에 기반한 성격에 분명 영향을 받지만 결국 주체와 환경의 영향하에 변화되는 것이라고. 하여 오늘도 선한 의지를 가지고 사람을 만나고 호의를 가진 타자의 환대를 받으며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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