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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우리의 자화상
2019년 12월 09일 (월) 10:56:58 박종철 논설주간 jjong8610@hanmail.net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베란다 창을 뽀얗게 물들인 성애만큼이나 내 삶의 언저리도 얼어붙는 모양새다. 사는 게 궁핍하다보니 몸과 마음은 늘 시릴 수밖에 없고 가슴 한 구석은 언제나 둔기로 맞은 듯 뻐근하다. 벽에 걸린 낡은 바지하나, 철지난 티셔츠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또 다른 새해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무겁다.

여기에 여름밤 선술집에서 함께 지새운 이름 모를 얼굴들이 손에 잡힐 듯 스치고, 소주 한 잔에 서정이 녹아내리는 겨울밤은 없는 자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욕심으로 점철된 생활에 찌들어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다.

때문에 지금 내 머릿속엔 무엇이 있는지, 나의 가슴은 흰 것이지, 검은 것인지, 단 한 번도 돋보기를 대보지 못했다. 따라서 시기와 질투와 탐욕으로 얼룩진 인두겁이외에 아직도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

보잘 것 없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아마 그럴게다. 기쁜 날과 슬픈 날을 무의미로 보내면서 오로지 재물과 명예만을 꿈꿔왔을 뿐, 그것이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일찍이 알지 못했다.

아니,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애 써 외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바쁘다는 핑계와 내 것만을 쫓다보니 주변을 까맣게 잊은 것이다. 라일락과 쑥부쟁이는 언제 피고 언제 지는지 관심이 없으니 알 길이 없고, 첫사랑의 추억도, 청춘의 푸른 꿈도 모두 잊었다.

한번 쯤 되돌아 봐야 할 사람도, 좋은 기억도 참으로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것들에 대해 너무 인색했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주는 데에도 참으로 야박했다. 중국 문학의 거성인 이백(李白, 701-762))이 ‘추포가(秋浦歌)’를 쓸 때에도 아마 이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추포가(秋浦歌)’에 나오는 시어(詩語)처럼 우리네 인생도 살아온 기쁨보다 수심이 더 쌓였으니 무엇을 내세우고 무엇을 숨길 것인가. 어차피 인생은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이치를 피할 수 없는 법. 사는 동안 정겨워야 하지만 온통 논쟁과 탐욕뿐이니 진정한 행복이 있을 리 없다. 성큼 다가온 2020년, 내년에는 또 무슨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길목에서 기대와 우려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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