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며칠 남지 않았다. 만물이 소생하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장관이 펼쳐질 날도 머지 않았다. 지금쯤 땅 속 깊은 곳에서는 지열이 지표 쪽으로 솟아오르면서 얼었던 대지를 녹이고 있을 것이다. 산골짜기마다 잔설(殘雪)이 똬리를 틀고 있어도 얼음장 밑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버들강아지를 겨울잠에서 깨울 것이다. 자연의 신비가 다시 한번 경외심(敬畏心)을 갖게 한다.

봄은 이처럼 어김없이 오고있는데 우리네 서민들의 생활은 끝없는 겨울이다.

삶의 주름은 펴질 기미가 전혀 없다. 장바구니 물가는 연초부터 뜀박질이고, 원유와 건축자재,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자꾸만 치솟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조류 독감에 경제는 또 큰 멍이 들었다.  식당가와 축산농가들은 이미 ‘융단폭격’을 맞았고 경제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IMF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그러니 이 노릇을 어찌 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정치는 우리에게 전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의 정치가 나라를 망치고 국민들을 도탄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몇 백 몇 십억원을 기업들로부터 거둬다 정치자금으로 쓰면서 민의에 의한 민주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나라꼴이 이 모양일 수밖에 없다. 권력이 무서워 기업이 정치자금을 내놓고, 입을 닦았다간 좋지 못할 것으로 정치와 권력이 인식되고 비쳐지는 한 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대명천지 밝은 낮에 ‘어둠의 자식’ 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노릇을 또 어찌한단 말인가.

앞으로 두 달 밖에 남지않은 4.15 총선이 온통 나라를 뒤흔든다. 정당들은 입에 칼을 물고 사생결단에 나섰다.

차떼기로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민주당은 대선 경선자금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청문회까지 열었다.

깨끗한 정치하자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드는 열린우리당은 불법선거운동 제1위의 불명예를 거머쥐었고, 대통령을 포함한 측근들의 비리와 현정권의 실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비리천국’ 이고 권력층은 ‘뇌물공화국’ 이다. 지방자치는 뇌물잔치로 타락해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단체장들이 부정비리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한 광역단체장도 나왔다. 이 노릇을 또 어찌한단 말인가.

이번 총선의 화두는 단연 정치개혁이다. 이미 총선시민연대에서 2차에 걸쳐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우리 지역 정치인은 명단에 올라 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으나 좀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몇 사람은 포함되고 남을 것이다. 예컨대 병역문제, 당적변경, 불법선거운동 등의 사유가 그것이다. 그러니 꼼꼼히 살피고 따질 것은 따져보고 나서 정말로 잘 선택해야 한다.

선거꾼들의 농간에 휘둘려 푼돈에 주권을 팔아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유권자의 자세, 혈연이나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이나 성실도, 흠집 없는 도덕성을 보고 판단하는 성숙한 자세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다면 선거혁명도 이루고 지역민의 자존심은 한껏 고양될 것이다.

보령신문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엄정중립의 자세로 후보자들을 냉혹하리만큼 검증하여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되어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을 다짐하며 시민·독자 여러분들의 격려와 성원을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