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가 크든 작던 간에 몇 개씩의 모임을 만들고 거기에 가입해 활동함으로서 공동체라는 이름 하에 소속감을 느끼며 산다.
그것이 계모임이든 동창회나 향우회 등. 그 외에도 모임의 성격이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취미나 직업이 같은 사람끼리 무리지어 노닐기도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며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 때로 부모형제보다 진한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다른 너로 인해 부딪혀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며 간혹 생각이 같지 않다하여 적대시하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은 마치 얼굴들이 저마다 다르듯이 제각각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태어 날 때부터 고유한 성장 질서로 부여 받아서 태어났기 때문에 각자의 독특한 성장 질서에 따라 성장 할 수 있을 뿐이다.”
밝고 명랑한 기질을 지닌 자, 매사에 조심성이 많은 자, 좌중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압도 하는 자, 다른 사람에게 화려하게 주목 받고 싶어 하는 자 등.
이를테면 얼음이 단단하게 얼었어도 조심스레 발로 두드리며 걷는 자가 있는가하면 혹자는 얼음 구덩이에 빠진다 해도 얼음을 지치면서 유쾌하게 노니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한솥밥을 먹고 자라났다 해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으며 한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해도 같은 생각으로 자라나지 않는 이치다. 두 사람이 똑같은 사실을 경험해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지극히 근소한 생각의 차이에 고집스럽게 머물러 있음은 끝내는 대화의 단절과 공동체의 파괴를 낳는다.
흔히 말하기를 정치판을 흙탕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전인수 격으로 서로 다른 당끼리 싸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당내에서도 수구파니, 개혁파니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정쟁을 일삼는 이유에서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자는 적대감을 가지고 단칼에 무 자르듯이 단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공동체 속에서 제외시키기도 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며 절충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며 자라지 못했음일까. 아니 어쩌면 선의의 경쟁의식이 결여돼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우월한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의 좀스러운 모습이 내면에 잔존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흑 아니면 백이라는 흑백 논리보다는 공동체 속에는 다양한 생각과 선택의 폭 또한 넓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하려면 나 자신의 주관을 갖고 상대방을 예리하게 분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나의 주관을 버리고 관찰 능력을 총동원해 상대방의 감정속으로 나를 집어 넣어야 한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가 바로 용납이다. 우리는 이 용납을 통하여 상대방의 본래 모습을 수용하며, 자신의 고유한 품성을 훼손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서로가 다름으로 조화를 이루며 나가는 것이 공동체의 또 다른 본질이라고 본다.
독일 속담에‘모든 것을 이해함은 모든 것을 용서함이다’ 라는 말이 있다.
나의 오류 가능성을 언제나 전제하고 자신을 개방하는 자세로 있을 때만이 우리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어느 모임이던 간에 원로, 선배 다시 말해 먼저 된 자로서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기치를 가지고 창조 질서를 세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 이다.
‘전통과 습관을 보존하고 본래적인 정신을 항상 새롭게 하여 내면화해서 이를 오는 세대에 조화롭게 물려주는 것이다.’라는 어느 학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끝으로 <헨리 나우엔>의 글귀를 올 한해 삶의 지향 점으로 삼고자 싶어 여기에 옮겨본다.
“나는 소망 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나는 소망 합니다/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 질 수 있기를/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중략) … /나는 소망 합니다/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살기를/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나는 소망 합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소망을 품고 살기를.”
<보령도서관주부문학모임예지회>
2024.12.17 화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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