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유난히 간디가 주장했던 망국론이 머리에 남아 있다.
원칙 없는 정치, 도덕성 없는 경제, 노동이 바탕 되지 않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양심 없는 쾌락, 희생없는 종교, 집단주의적 충성, 등 7가지로 요약된다.
언젠가 모 인사의 기사 내용중 윗글을 다시 접하게 되어 오랜만에 우군을 만난 듯이 자연 동질 감을 느끼며, 또한 심오한 경각심을 주었다.
약 2시간 정도를 타고 가는 버스 속에서 간간히 스치는 가벼운 대화말고는 간디를 이해하려고 집중하였다.
통일부에서 마련해 준 일정대로 2박3일을 지낼 일이나, 나는 언제처럼 그 부가가치를 즐기려는 마음을 어김없는 나의 행보였다.
수료식전에 자작즉흥시 한편을 낭독하기까지 집중력 뒤에 도사린 5%의 유유한 문학성을 기술하고자 한다.
문은 열렸다. 서울 뒷산을 넘어 빼어난 경관을 뽐내는 산자락에 한 뼘이라도 다가가려는, 서울 북쪽에 자리잡은 교육원은 민족의 염원을 풀어내는 꼭지처럼 간간이 보이는, 민족의 지도자들이 남긴 묵적을 바탕으로 염원비가 다가왔다.
이승만 대통령의 분단 직후 휘호인 남북통일 문적이 한 면에 있고, 뒷면에 김구선생의 민족정기 휘호가 새겨있다. 1000여명의 국가기반이었던 인재들의 휘(揮)자가 좌대에 질펀하다.
50여년의 세월 속에서도 남북통일과 민족정기는 유난히 새롭게 다가오니 한민족 염원의 정수리에 틀림없다.
이동한 곳은 통일의 관문을 지나쳐 소 때들이 지나간 흔적 따라 가고 있다.
이곳은 유난히 가건물이다. 단층 스레이트지붕에다 블럭담벼락이 한결같다.
무공해 채소에 기름진 햇밥은 분계선 안에서도 농사짓는 손길이 있기에 이 맛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북한 술이라고 내놓은 아낙의 투박한 손길과 경계하면서도 틈에 다정한 눈빛 참 특이하다.
이곳은 온통 미군의 군사지역이라는 느낌이 농후했다.
영문아래 작은 한글표기가 말해 준다.
오랜만에 보는 맨땅 버스정류소, 흩어져 있는 돌멩이들이 쓸쓸하다.
유난히 미루나무가 많았다.
쭉쭉 뻗어 올라간 미루나무, 소나무, 전나무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음껏 뻗어 있다.
주변에는 이미 이파리가 떨어져 앙상한 미루나무 위에 까치둥지가 하나, 둘, 셋 무려 20여 개의 둥지가 눈을 들어도 금방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까치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비둘기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려고 하지 않고 몇 걸음 종종 걸음으로 피해간다. 평화롭다.
이 근처가 마의태자가 망해 가는 신라를 돌아보며 개성으로 향했다는 도라산 지역이다.
철책의 거리를 지나 회차표시가 눈 안에 들어온다.
더 이상은 갈 수 없다는 유턴지역이다.
통일로-임진각-통일대교-통일촌-도라산역-제3땅굴-도라전망대-대성동자유마을-판문점-개성공단-독개다리라고 이정표가 쓰여져 있다.
부시가 다녀갔던 그 도라산역이다.
경의선 철도복원 목침기중자가 13,226명이고 모금액이 955,106,280원 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목침 하나 하나에는 기증자의 염원이 써져있고 언제인가 달려갈 철마를 위하여 “통일의 대동맥 경의선 복원을 민족의 이름으로” 이란 글귀가 가슴 뜨겁게 다가왔다.
그 틈에도 시대의 애국인들은 조각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열림과 상생의 통일조각대회’ 조각품들은 도라산역 주변을 통일 염원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탁구대 구멍이 뚫렸다’는 이상한 게임인데 북한이라 표시한 곳에 둥그런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 이색적이었다.
‘사각의 변루’라는 작품은 창넘어로 먼 곳을 쳐다보며 통일을 염원하는 연출을 한 작품이고 ‘로켓’은 여러 기가 중복되어 설치되었는데 로켓 하나 하나에는 통일, 자주, 평화들이 써 있었다.
‘비상하는 여인’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평화의 여신, 바로 그 모습이었다. ‘모정’이란 작품은 자식들을 감싸안고 자상스런 어머니의 표정이 슬픔 속에 있었다.
볼만한 작품이 많았다. 모두 200여점이 설치되었는데 도라산 경내를 통일의 상징적 장소로 만들고 있었다.
이 곳은 지도상에 장단 역으로 되어 있었는데 6.25사변이 일어나던 그 날 새벽 제일 먼저 공습을 받아 주민 1만여 명이 전몰사망하고 건물이니, 가축, 살림살이 등이 하루아침에 쑥밭이 되어 휴전 후 농경지로 사용되다가 최근에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역사를 세우며 옛 지명을 비롯해서 도라산역이라고 지명되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역사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초현대식으로 가히 30∼40만 정도가 사는 도시의 역사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어느 역에서나 볼 수 있듯이 햇볕에 반사되는 기차 레일은 없었다. 기차가 다닌 흔적이 없이 그저 황색 녹슨 기찻길로 이어졌다.
그전에는 먼지 날리는 신작로 길은 도시락 등에 메고 학교를 다니는 그런 길이었을 텐데, 새참을 머리에 이고, 걸어 가셨을 어머니, 그 치맛자락이 보일듯한데, 벌써 분단 50년의 세월이 이곳에도 어김없이 스쳐갔겠다.
바라본 북쪽, 왠지 하얀 집이 즐비하다. 송전탑이 유난히 높이 설치되어 있다 깃발 앞세우고 줄서서 이동하는 모습, 외관으로는 그저 평화롭다.
가지 못할 길이기에 아쉬움만 크게 남는다. 오래 전부터, 쉬임없이 넘나드는 바람결에 철새들이 소식 전한다는 글들을 수없이 읽어 새삼 실감하였다.
한 쪽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소리 들려온다.
철길 가에 ‘평양으로 가고 싶다’는 철마의 외침은 한민족이 하나되는 통일을 염원하고 점선으로 이어진 철길은 서울에서 평양에 이르는 쌍복선의 기찻길이 불원간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손을 모은다.
2024.12.17 화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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