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리했던 스포츠파크 조성과 관련한 갈등이 일단락 됐다. 13일 열린 보령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집행부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제시한 대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지훈련장 개념의 스포츠파크가 아닌 국민생활스포츠타운 개념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간 팽팽한 평행선을 달려오던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양측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스포츠파크 조성을 찬성하는 신흑동 주민들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집행부로서는 민주당에서 제시한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안으로 하프돔 건설 배제와, 클럽하우스 시설의 최소화 및 다목적경기장 내 설치를 요구했다. 하프돔 건설은 지나친 예산이 소요되며, 선수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클럽하우스가 조성되면 지역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에 역행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이 조건을 반영한 변경안으로 토지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을 것을 전제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국민생활스포츠타운 개념으로 조성된다면 경제적인 측면이나, 적합도 면에서 모두 신흑동이 아닌 남포 종합경기장 인근에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굳이 더 많은 예산을 들이면서까지 신흑동을 고집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굳이 스포츠파크 조성이 아니더라도 시가 신흑동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만큼 다른 급부가 주어진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일부 신흑동 주민들의 의견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토지소유주들의 동의여부가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이 다시 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된 것은 토지 감정평가 결과 기준가격이 30% 초과 증가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계획 수립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금액과 감정평가액과의 차액은 약 49억여 원 가량이다.

현재, 대상 사업지의 대다수 토지를 보유한 일부 토지소유주들은 절대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수용이 된다 하더라도 주변 시세를 감안했을때 감정평가 금액으로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지매입비가 더 증가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의 추진과정은 보령시 행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동일 시장과 집행부는 시민들에게 허황되고 부풀린 청사진만을 제시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의회가 이를 견제하려하면 이해관계에 있는 주민이나 단체들을 동원해 의원들을 압박해 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업이 좌초되면 시의회 탓으로 돌리고,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추진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시민간 분열에 대한 모든 책임도 시의회와 일부 시민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 왔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변경안에 동의한 민주당 의원들 역시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간의 행태로 봤을때 이번에 조성하게 되는 체육시설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면, 집행부는 원안대로 조성하지 못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로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시민사회는 "스포츠파크 조성사업 과정에서 김동일 시장과 집행부가 보여준 것은 무책임과 독선 그 자체였다"면서 "전지훈련 개념이 빠진다면 신흑동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신흑동에는 다른 사회기반시설 등을 제공하더라도, 남포 종합경기장 주변으로 옮기는 것이 시설 활용도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