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와 도내 시·군이 기초자치단체 행정사무감사 재개 여부를 놓고 강하게 부딪치면서 상황은 점점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도의회는 4년 임기 동안 전체 15개 시·군에 1회씩 감사를 실시키로 하고 올해 4곳을 1차 대상으로 선정해 다음달 12일 부여를 시작으로 천안과 보령, 서산시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16일까지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제11대 의회 첫 시·군 행감이 예정된 천안·서산·보령시와 부여군 등 4곳은 자료제출 기한이 다 되도록 도의회가 요구했던 자료제출 대신 미제출 사유서를 냈다.

이들은 사유서에 "도의회 요청 자료가 복잡하고 분량이 방대하다"며 "각종 행사와 일정으로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자료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도의회는 25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했지만, 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지난달 27일 충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행감 반대 공동대책위도 도청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리적인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행감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은 16일 11대 의회 개원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행 의지를 밝혔다.

유 의장은 "시·군 감사는 지방자치법과 충남도 행정사무감사 조례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라며 "도의회의 감사는 당연한 업무이며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에서 시·군에 123개의 사무를 위임했고 연간 6000억원의 도비 보조금이 시·군에 지원되고 있다"면서 "시·군의 자치사무에 간섭하지 않고 도에서 위임한 사무에만 국한해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은 시·군이 감사를 거부하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그 수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행정사무감사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앞서 10대 의회 때도 세종·충남 공무원노조가 삭발투쟁을 진행하는 등 반발해 감사가 유예된 바 있다.

충남도의회의 시·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제9대 의회까지 시행되다가 10대 의회 들어 시·군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연간 6천역원의 도비 보조금이 시·군에 지원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과 충남도 행정사무감사 조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도의회의 입장이나, 다가오는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 대비하기 위해 중복된 자료제출과 중복된 감사로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자체의 입장은 어느 한 쪽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런 대결양상이 오래 계속 될 수록 양측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시민들을 위한 행정서비스나 삶의 질 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속한 시간내에 합의가 이뤄지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치킨게임이란 대립하는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