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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예진씨의 하루
박종철 논설주간
2018년 08월 28일 (화) 11:32:59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이른 아침에 잠자리를 정리한 50대의 예진씨(가명·식당운영)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맨다. 담배와 소주냄새로 뒤범벅이 된 채 아직 꿈속을 헤매는 남편 깨우랴 학교 보낼 큰놈과 작은 놈 깨우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저 한숨만이 그의 무거운 어깨를 대신할 뿐이다. 아침 밥 맛이 없다며 가방을 둘러매고 종종걸음으로 현관문을 뒤로한 큰 녀석을 제외한 세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지만 숟가락을 잡은 남편은 상차림에 별 흥미가 없다.

어제 먹다 남은 김칫국에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전부다 보니 숙취를 해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 둥 마는 둥 식탁에서 일어난 남편은 오랜만에 건설현장 일일 근로자로 출근하고 둘째는 둘째대로 등굣길에 나섰다. 설거지와 방청소를 마친 예진씨도 자신이 운영하는 15평 남짓 식당에서 쓸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록 장사는 예전 같지 않지만 희망마저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날그날 장을 보는 일은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다. 단체 손님을 기대하는 마음도 항상 변함이 없다. 지속되는 가뭄과 땡볕으로 농산물 값은 물론이고, 해산물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손님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발걸음은 가볍다.

식당 문을 열고,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모를 파리도 내 쫓고 정성들여 이것저것 밑반찬도 만들고, 테이블에 수거용 친환경 비닐도 씌우고 나니 오전 11시. 잠시 숨을 돌리다보면 10분이 지나고 또 10분이 지난다. 벽시계가 12시를 훌쩍 넘기자 예진씨 속은 타기 시작한다. 이때나 저때나 기다리는 마음만 한결같을 뿐 좀처럼 손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화 벨소리에 예약 손님은 아닐까 설레는 마음으로 재빨리 받아보지만 전화속의 주인공은 거래 은행 직원이다. 대출금 만료일이 다가왔으니 원리금을 상환하던지 상환이 불가능하면 연장 신청을 하라는 친절한 안내 말씀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예진씨는 중년 남자 5명을 손님으로 처음 맞이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소주 맥주를 시킨 이들은 지인의 부친상에 문상을 마치고 돌아온 듯 고인의 생전 얘기와 추락 할대로 추락한 최근의 경제문제로 언성을 높인다. 자연히 진보와 보수, 문재인과 민주당, 그리고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입장 등 남북문제까지 들춰가며 목소리는 이미 일정 데시벨을 초과했다.

술자리가 대부분 그렇듯이, 또 정치, 사회 문제를 도마에 올리면 그렇듯이, 그 대화의 중심에는 대부분 음담패설이 존재한다. 50대의 가정주부가 듣기에 민망한 욕지거리부터 도를 넘은 선정적인 잡담에 이르기까지 온갖 비속어가 난무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보다 실제로 견디기 힘든 것은 보령의 경제다.

기껏해야 하루 10-20만원에 불과한 매출로 집세와 공과금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남는 건 손님이 남기고 간 욕설과 술 찌꺼기가 전부다. 여기에 김동일 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30.4%, 123.2% 올린데 이어 오는 9월부터 2020년까지 상·하수도 요금을 또 각각 30%부터 79.5%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시민들이 서울시민(6,000원)보다 주민세(9,900원)를 3,900원이나 더 내는 점을 감안할 때 상·하수도 요금 인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구 하나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벼슬아치 주변에는 항상 의인(義人)보다 간자(奸者)가 더 들끓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도 달라진 게 없다. 고용과 성장, 새로운 먹거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빛 좋은 개살구에 머무는 모양새고, 자영업자들의 생존전략은 이미 실종됐다. 이러다가 사쿠라 몇 그루와 미제 사랑꾼들만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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