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장의 온도
 이 책은 저자가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를 읽고 느낀 점을 쓴 글이다. 이덕무는 18세기 영정조시대 지식인으로 이만여권의 책을 읽었고, 스스로 간서치(책 읽는 바보)라고 하였다. 박지원, 박제가, 이서구등과 어울려 조선 후기 북학파의 꽃을 피운 주역이지만 서얼 출신이라는 장벽에 갇혀 뜻을 펴지 못 하고 평생 가난 속에 산 인물이다. 1741년에 태어나 52년을 살았다.
 ‘이목구심서’는 평소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긴 책이다. ‘선귤당농소’는 선귤당에서 크게 웃는다는 뜻이다. 이 책들은 ‘일상생활 속 신변잡기와 잡감에 대해 쓴 글’이다. 저자는 ‘이덕무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삶의 다양한 온도가 문장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읽으며 이덕무와 한정주는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독서와 글 쓰는 재주 밖에 없다고 여기는 사람.??그러나 어찌 이들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소중히 여길 사람들이다. 이 책은 두 사람의 글을 같이 읽는 느낌이다. 글 읽는 맛이 참! 좋다.

■ 글쓰기론, 하나
 책은 독자의 시선으로 재편집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숙고할 만 하다. 책 속에 참고할만한 독서법과 글쓰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마이너스의 쓰기, 플러스의 읽기’
 글을 쓸 때는 ‘마이너스의 방식’을 좇고, 독서할 때는 ‘플러스의 방식’을 좇아야 한다는 것. 독서할 때는 많이 알면 알수록 또한 많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좋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가능하면 지식을 덜어내면 낼수록 좋다.

■ 글쓰기론, 둘
 이덕무는 저잣거리에서 기이한 말이나 특이한 소문을 듣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기록했다고 한다. 항상 종이와 붓과 먹을 품고 다니면서 신분고하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묻고 듣고 말하며 얻은 세상의 온갖 지식 정보를 글로 옮겨 적었다. 또한 유학과 성리학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사소한 일상사와 개인적 관심사를 중시한 새로운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았다. (본문 103쪽 인용)
 삶은 반드시 어린아이를 본보기로 삼고 글은 반드시 동심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자연 만물을 타고난 그대로 두는 것만이 천연이고 인간의 입맛에 맞게 고치거나 길들이는 것은 모두 인위다. 어린아이와 동심은 천연이지만 견문과 지식이나 도리와 윤리는 모두 인위일 뿐이다. (본문 73쪽 인용)
 다른 사람의 향기가 아무리 좋고 색깔이 아무리 빛난다고 해도 나만의 향기와 색깔을 지니는 것만 못하다. 글도 그렇다.(본문 38쪽 인용)
 숙제하듯이 쓰는 글이 가장 나쁘다. 또한 목적이 따로 있거나 남을 위해 쓰는 글이 좋지 않다. 자신이 쓰고 싶을 때 쓴 글이 가장 좋다.(본문 359쪽 인용)
독서의 방법에 정독과 반복, 다독과 박학이 있다. 산을 오를 때 한 길 만을 통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또한 수백 수천 갈래의 길을 두루 걸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독서도 그렇다. 선택은 각자의 취향과 기호, 재능과 역량에 맡길 뿐이다.(본문 347쪽 인용)

■ 글쓰기론, 셋
 글이란 반드시 불온해야 하고 마땅히 시대와 불화해야 한다. 이는 시인 김수영의 ‘문학의 불온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온하고 망상하고 상상할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권력의 족쇄와 시대의 굴레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운 인간일 수 있다.(본문 345쪽 인용)
 글을 쓸 때 경계해야 할 해로운 적은 얽매임과 구속이다. 그 중에 가장 큰 해악은 ‘자기 검열’이다. 그런 면에서 1960년 시월 반공과 반북을 국시로 삼았던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만세>라는 제목의 시를 썼던 김수영의 문학 정신을 배워야 한다. 글을 쓸 때 가장 이로운 벗은 무엇인가? 바로 자유와 자연스러움이다. 작가 린위탕은 “소품문은 원래 일정한 범위가 없다. 자기 의견을 펼쳐도 좋고, 감정을 풀어도 좋고, 인정을 묘사해도 좋고, 세태를 표현해도 좋다. 사소하고 잡다한 것은 물론이고 하늘로부터 땅 끝까지 무엇이든 글로 옮겨 적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감성과 생각을 글로 쓰는 것, 이 정신만을 잃지 않으면 된다.(본문 278쪽 인용) 
 
■ 책익는 마을 글쓰기론
덧붙여 한마디만 하자. 깊고 넓게 생각하는 읽기와 쓰기. 그러나 실천되지 않는 읽기와 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그냥 막! 쓰면 안 될까? 기승전결, 주어 동사 서술어, 단문으로 치기등은 생각하지 말고. 단어 철자 틀리면 어때! 솔직하고 진실 되면 되지. 내가 말하려는 것. 말하고 싶은 것. 내 감정이 실려 있으면 되지.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