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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범(60세, 미산면 은현리)
2001년 04월 25일 (수) 00:00: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힘의 한 판 대결과 시민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01 세라젬 마스터 보령장사씨름대회 개막식이 열렸던 12일, 씨름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제막식에 우리 지역 주민을 대표해 6명이 참여했다.
청소 출신 체육인 박장순선수를 비롯해 효행시상자 신진숙·조재경씨, 소년소녀가장인 임종혁군과 임순정양, 그리고 오늘 이사람으로 소개할 사람의 단 한명 뿐인 귀한 아들 진익상군 등이 바로 그들이다.
진익상(16세)군은 충남정심학교 학생을 대표해 제막식에 참석했다.
혼자서는 앉을수도 몸을 움직일수도, 더군다나 서 있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아동이다.
그런 익상군이 제막식에 참여하게 되자 휠체어에 몸을 고정시키고 귀에 소곤소곤 방법을 가르쳐 주며 또한 선수들의 기량과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던 사람. 바로 익상군의 아버지 진형범(60세, 미산면 은현리)씨 이다.
봄 날 맑은 햇살처럼 밝은 모습과 성격을 지녔다는 익상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노년의 시간들을 꾸며가고 있다는 진형범씨. 그리고 아들 사랑에 대해서만은 남편 못지 않은 지극함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동갑나기 부인 박경자씨.
이들 가족의, 어렵지만 서로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만나보았다.
그들을 찾아간 날은 유난히도 봄 햇살이 밝고 화창 했던 날이었다.
집 앞에 너른 논이며 밭도랑이 어서 빨리 곡식을 심어달라며 재촉하고 집 뒷켠에는 진달래, 벚 꽃들이 화려한 모습을 발하고 있을 때 였다.
노년의 부부,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작업복을 걸친 채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이들. 느닷없이 찾아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일손을 놓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아들 익상군에게 안내 했다.
"늦게 얻은 아들, 우리 부부라도 건강해야 익상이를 끝까지 잘 돌볼 수 있을텐데…. "
월남전, 6·25전쟁 등 참전용사인 진씨.
진씨는 참전 휴유증으로 인해 성치 못한 몸으로 군 제대 후 사회로 나왔다.
"척추에 이상이 생겼지만 수술을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군을 제대했고, 그 후 허리를 쓸 수 없더군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는 서른의 나이에 동갑나기 박경자씨와 늦은 결혼을 했다.
"남편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그 옆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저 사람은 죽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고통속에 생활하다 참전 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다발성 신경마비'라는 병명뿐, 유공자 증서를 받지 못하고 이들의 생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됐다.
"10년을 쫒아 다녔어요. 그러다가 96년도 월남전 참전용사 증서를 받았고, 99년도 6·25참전시 다친 부상으로 원호대상자 5급 '경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엽제, 원호대상자로 인정 증서를 받기 전까지 이들은 생활을 위해 1원짜리 빵장사부터 안해 본 일이 없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도둑질 등 나쁜 짓만 빼고는 거의 모든 일을 했다.
그 후 이들은 어려운 서울 생활을 뒤로 하고 이 곳 미산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청정지역에서 남편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늦게 아들을 하나 얻었어요. 이제 그 아이가 자라 16살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이 이사를 결정했던 이들 부부.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굶기를 밥먹듯"했을 만큼 너무나 어려운 때에, 귀한 아들을 얻게 됐다.
"돌 전까지는 병을 몰랐어요. 그러다가 돌 때 '뇌수종'을 앓고 있는 것을 알았고, 충대 병원에서 1차 수술을 했습니다."
'뇌수종'은 뇌에 물이 차고 그 압력이 뇌를 누르면서 순환을 못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이 중증장애를 앓게 되는 병이라고 말한다.
"몇년 전 2차 수술을 받았고, 한 번 더 수술을 받아봐야 앞으로의 진로가 나온 답니다. 그러나 수술후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경제적인 여건도 충분치 못하고…."
어느 자식이 귀하지 않겠는가마는 마흔살이 훨씬 넘은 나이에 얻은 익상군은 이들 부부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너무나 소중한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앉을 수도, 걸을 수도, 말을 할 수도, 밥을 혼자 먹을 수도, 대·소변을 혼자 볼 수도…,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로 생활해야만 하는 아이가 되었으니 익상군을 바라보는 이들 부부는 애처로울 수 밖에 없었다.
"집사람이 12살때까지 업고 일하고 시장도 나가고, 음식도 씹혀서 먹이고 그랬어요."
익상군이 5살 때 쯤 한 장애인 수용시설에 익상군을 맡기라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무리 어렵고 힘에 벅차더라도 남의 손에 아들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저희들은 익상이 웃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사는 데."
이들 부부에게는 익상군이 전부였다. 익상군을 떼어놓고는 한 시도 마음편하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3년 전 집에서 등하교가 가능한 충남정심학교 입학을 결정하고 현재 익상군은 3학년에 재학중이다.
"휠체어가 세 개 필요했어요. 한 대는 집에서 버스까지, 또 한 대는 역전에서 학교차 서는 곳까지, 마지막 한 대는 학교에서 사용할 휠체어였죠."
진씨는 일요일과 방학을 제외한 모든 날들을 이렇게 익상군을 데리고 학교를 다녔다.
"지난 해 5월 운전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 후 천만다행으로 1달 후 운전면허를 취득했고, 가진 것 다 모아서 소형차를 샀어요."
쉰 아홉살의 나이, 진씨는 아들 익상군이 휠체어를 세 번 갈아타면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마음아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발 목 등 손도 못대게 할 만큼 아파해요. 그러나 진찰 조차 해 볼 수가 없어요. 최신장비를 이용하려면 1천만원이 더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전문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한 번 받아보게 하는 것이 저희 소원이예요."
아버지 진씨는 서 있는 것이 편할 만큼 척추를 나사로 고정시켜 생활하고 있다. 또한 부인 박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30여년을 고생해오다 얼마전 그녀 조차 심장판막증이란 병을 얻었다.
"절약하면서, 지킬 것은 지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익상이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펑펑 써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많은 재산도, 이름만 대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그들을 인정해 줄 만한 명예도, 더욱이 재산보다 더 큰 재산이라는 건강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있다.
아무리 몸이 불편하지만 자신들을 보며 방긋 웃어주는 아들의 얼굴에서 삶의 희망을 찾는 다는 진씨부부는 그들의 생이 다할 때 까지 사랑하는 아들의 간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렵지만 큰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가족, 진형범 박경자씨 부부와 익상군.
국가유공자로 생활보조를 받고 있지만 세명의 병치료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변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이들 가족에게 나눠졌으면 하는 바람과, 익상군과 진씨부부의 건강에도 봄햇살처럼 밝은 빛이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이순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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