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박근혜 생각이 그럴게다. 예견된 일지만 조금은 가슴 아픈 일이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철없는 발언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막상 구속이 되고 보니 섭섭한 구석도 없지 않다.

검찰과 법원을 원망하는 ‘박사모’의 함성은 오늘도 봄바람을 가르고, 탄핵과 구속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아직도 길거리를 맴도는데 박근혜는 감옥에 있으니 이 얼마나 불행하고 한심한 일인가. 지칠 줄 모르는 엄마부대의 외침, 서석구 변호사의 염원과 기도, 김진태와 윤상현의 한목소리도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하늘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거리에서, 또 박근혜의 집 앞에서 하얗게 밤을 새운 수많은 사람들,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피켓을 들고 박영수 특검과 헌재를 향해 목이 터지라고 고함을 지르던 우국충정과 야구방망이를 움켜 쥔 인사도 걱정이다. 박근혜 생일에 꽃다발을 보낸 정성어린 손길도, 탄핵이 무효라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숨 가쁜 사람도, 무대에서 빨갱이를 노래하던 삽살개도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눈앞을 스치는 건 박근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하고 활짝 웃던 그 간사한 미소와 머플러에 가려진 위선, 미용주사에 초점을 잃은 눈동자, 구속된 지 며칠 안됐지만 이 모든 것이 새삼 그립다. 미워서 그립고 안쓰럽고 가여워서 그립다. 보잘 것 없는 그의 몰골과 독선이 그립고 우기고 잡아떼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어차피 ‘혼밥’에 할 일도 없는 사람이니 자택에 있던, 감옥에 있던 큰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도끼눈이 그립고 올림머리가 그립고, 천박한 논리가 그립다.

국민 행복시대를 활짝 열겠다던 그의 사기극이 그립고, 불통의 정치를 이어가면서 불평등 사회를 조장한 그의 추악함이 그립다. 극우를 비롯한 구질구질한 화상들에게 둘러 싸여 팔색조가 된 그의 모습이 그립고, 우병우와 김기춘, 조윤선이 있어 더 그립다. 아쉬움도 남았다. 그것은 최소한의 도덕과 윤리마저 내팽개친 친박과 아직도 그들을 지지하는 집단이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이 또다시 집권을 꿈꾸며 콧등을 실룩거리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