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갔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친박’이란 집단에 둘러 싸여 들에 핀 쑥부쟁이마저 짓밟던 독재자의 딸 ‘근혜’는 갔다. 민심은 엄중했고, 그에게 다시 오지 않을 춘삼월은 국민주권시대를 활짝 열었다. 민주주의의 승리요, 정의와 양심의 승리다. 속된 표현으로 “그 아비에 그 딸”이라더니 결국 국민의 피를 보고서야 쫓겨났지만, 이제 근혜는 갔다.

얼마나 머리에 든 것이 없으면 일어날 때와 앉을 때를 구분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한 사람을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떠받들고 끝까지 옹호한 세력 또한 가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라도 역사를 새로 쓰게 됐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의 오만과 독선을 보지 않아도 되고, 분칠 뒤에 숨겨진 더러운 위선을 다시 안 봐도 되니 기쁘고 또 기쁘다.

내가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추한 논리가 다시는 고개를 들 수 없게 돼 기쁘고, 탐욕으로 가득한 몰골이 TV에서 사라졌으니 기쁜 일이다. 탄핵이 확정된 지 5일이 지났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설레고 세상이 해밀처럼 아름답다. 무엇인가 될 것 같은 희망이 샘솟고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도 꿀맛이다.

그는 세상을 몰랐다. 박정희를 닮아 이 나라를 자기 것으로 착각했다. 관저에서 빨간 립스틱에 분홍치마를 나부끼며 거울 앞에서 활짝 웃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했다. 울타리 안의 장미처럼 자신은 늘 공주이길 바랐고, 감히 누가 넘보지 못할 권력 또한 영원할 것으로 점쳤다. 저질집단은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아첨했으며 극우 ‘우빨’들은 그의 옷자락만 봐도 입이 귀에 걸렸다.

그래서 국민의 함성이 허수아비에 불과한 그를 보냈다. 마늘 주사를 맞던 태반주사를 맞던 아무도 시비할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그는 떠났다. 이제 남은 건 감옥으로 거처를 옮기는 일이다. 감옥에서 최순실 일당과 모여앉아 와신상담(臥薪嘗膽) 복수의 칼날도 세우고 블랙리스트도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 먼 훗날 또다시 ‘친박’과 손을 잡고 세상을 흔들 수 있다. 그것이 박근혜다운 모습이고 위대한 자유한국당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