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심문을 받는 것이 국가 품격에 좋겠습니까?”
이미 알려진 대로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가 15차 헌재 변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어 16차 변론에서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 탄핵과정을 ‘섞어찌개’로 비유하고 강일원 주심 재판관을 ‘국회 수석 대변인’에 빗대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이들이 가련하다 못해 측은 한 이유다. 서석구 변호사의 행동도 돌아보면 가관이다.

법정에서 기도를 하지 않나 태극기를 꺼내질 않나 보수집회에서 영어로 연설을 하지 않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더니 박근혜와 그의 대리인들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식 우기기와 잡아떼기, 추한 몰골이 닮았고, 국민 앞에 당당한 민낯이 닮았다. 변론 중 점심타령에 난데없는 당뇨병에 이르기까지, 뻔뻔함은 유신을 닮았고 역겨운 역사와 닮았다.

그래서 이번에 또 많은 사람들이 웃었고, 국민들이 공분했다. 탄핵재판은 9부 능선을 넘었다. 사실상 결과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이와는 관계없이 대통령의 날개는 이미 꺾였다. 설령, 탄핵이 기각된다 하더라도 나라를 이끌 대통령의 리더십과 지위는 상실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처음 수면위로 부상했을 때 대통령은 자신의 패착으로 눈물을 보이며 국민 앞에 사과했다.

그 때 국민들은 참담했다. 그리고 그 참담함은 분노로 이어졌고 나라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국민의 생채기 따위는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탐욕과 독선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보수들의 정치적 판단에 오히려 자신을 맡긴 모양새다. 어차피 더 얻을 것도 더 잃을 것도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문제는 탄핵정국으로 한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점이다. 한진해운 실직자 1만 명을 포함해 조선업계에서만 34000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지 전망치마저 어두운 실정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정치권도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당리당략과 이합집산이 한창이고, ‘더민주’는 마치 정권이라도 잡은 듯이 자만에 빠졌다. 그래서 대통령 측 변호사가 대통령의 품격을 외쳤다. 국정농단으로 짓밟힌 국민의 품격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의 품격만 노래했으니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