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2011년 03월 11일. 동일본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 2만 명이 사망했다. 여기까지 자연재해라 하자. 문제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이 폭발했다. 20만명의 사람이 고향을 등졌다. 뒷수습 비용으로 11조엔을 예측하였으나 2016년 12월 현재 21.5조엔(220조)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인재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히려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민 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가 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수원이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수명을 늘리려 하고 있다. 안정성은 물론이고 경제성에서도 효율이 떨어지는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국가는 왜 바꾸지 못 하는 걸까?

■ 맥락
 한국인 역사학자 한 홍구는 반핵평화 운동 하는 입장에서 후쿠시마 현장을 방문하고 싶어 했다. 자이니찌인 문학가 서 경식은 후쿠시마에 대한 TV다큐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일본인 철학자 다카하시는 후쿠시마가 고향이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역사교과서 문제에 비판적으로 발언해 온 일본의 진보 지식인이다. 세 사람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다. 핵과 평화, 추모와 연대에 대하여. 이 책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2월 까지 후쿠시마, 합천, 도쿄, 제주, 오키나와에서 만나 이들이 나눈 좌담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들의 문제 의식은 이렇다. 핵 문제의 해결을 전문가 집단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면 그 피해는 핵 관련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간다. 하여, 핵무기와 핵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핵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아니라 피해를 보는 일반 대중 속에서 보다 많이 보다 크게 나와야 할 것이다.
  이들의 대화는 비단 핵발전에 관한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의 핵발전은 잠재적 핵무장 기술 보유력과 관련되어 있고, 군국주의와 한미일 동맹체제에 선이 닿아 있다고 본다. 또한 후쿠시마 피재민들의 처지를 국가에 의한 희생으로 바라 보며, 강정과 제주4.3, 그리고 오키나와의 차별과 같은 맥락으로 본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지성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토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묻는다. 자 우리들의 고민은 ‘평화에 대한 실천적 희구’다. 우리들의 생각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시선
 다카하시는 ‘희생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가가 국민을 속이고, 버렸으며, 국민 이외의 존재를 무시한 처사라 비판한다. 서 경식은 자이니치라는 존재성 때문인지 사고 지역의 소수자, 즉 해외 이주 여성, 외국인의 차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사이와 경계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바라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야기 한다. 한 홍구는 ‘고통의 연대’를 이야기 한다. 반핵반전은 직접 그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육성을 통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기억을 둘러싼 투쟁’에서 글로벌한 국가주의에 대항하여 이길려면, 기억을 공유하는 지역적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독자의 생각
 무좀은 약으로 죽이지 못한다. 다만 더 이상 번지지 않게 막아줄 뿐이다. 그리고 발톱이 자라면서 균을 밀어내는 것이다. 핵마피아도 그렇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지. 있는 것 수명 다할 때 까지 쓰도록 내버려 두자. 단, 지금부터 국가 정책은 바꾸자. 기술은 정치적인 것이다. 사람이 어떤 생각과 지향을 갖는지에 따라 과학 기술의 쓰임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은 화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의 활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겠다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자. 저자들이 이야기 한 평화 담론은 일단 빼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