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항해시대
 15-18세기를 보통 근대라 한다. 봉건이 르네상스로 해체가 되기 시작하고, 생산과 상업이 발달하며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트던 초기를 지나 과학 기술의 발달과 산업혁명을 거쳐 19세기 제국주의로 마감했던 근대. 아시아의 패권이 지고 유럽의 힘이 세계를 장악해 나가는 과정이었던 근대. 그 결정적 열쇠는 대양에 있었다. 근대 4세기 동안 해양의 세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궁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총 4부 10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유럽의 해상 진출 전개 과정을 개괄한다. 2부는 해상진출의 기술 요인인 선박과 선원의 실상을 점검하고, 반질서로서 해적의 실체를 기술한다. 화폐와 귀금속의 세계적 유통과 노예 무역에 대해 설명한다. 3부는 근대에 일어난 환경의 파괴와 언어와 음식, 그리고 과학기술의 세계적 교류를 보여준다. 근대 유럽인의 기독교관에 대한 설명도 있다.

■ 유럽중심사관의 거부
 저자는 유럽중심사관을 비판한다. 근대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단선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18세기 초까지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곳이 아니었단다. 유럽의 대양 진출은 자원의 고갈, 인구 팽창에 밀린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시기 이전 영국, 중국, 일본, 인도의 경제 수준은 비슷했다. 그런데 왜 영국이 승기를 잡았을까? 그 당시 영국도 ‘발전의 덫’에 걸렸단다. 인구는 늘고 경제는 성장하지만 기술력과 자원이 부족했다. 국가와 지역은 생태적 위기에 내몰리게 되자 그들은 해외식민지 획득에 열을 올렸다. 거기서 자원과 식량을 폭력적으로 획득했다. 영국은 석탄 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산업 혁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다. 결국 영국의 산업혁명 성공은 ‘발전의 덫’이라는 내부 압력과 폭력과 우연의 요소가 작용하여 이뤄낸 것이라 볼 수 있다.

■ 당시 해양은
 고수익이 보장되는 무역의 보고이나 약탈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정부 상태였고, 해양기술과 위생의료 기술의 부족으로 사고와 죽음이 일상이었던 곳이었단다. 그런 곳에 초기에 이베리아 지역 나라가 진출했고, 뒤를 네덜란드와 영국이 이었다.
 초기의 해상활동은 거의 해적수준이다. 무역 거점을 점령하고 중요 길목에서 지나가는 선박에게 통행세를 뜯어 냈다. 또한 타국의 배를 강탈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 인질들을 살해하고 고문했다. 물론 그들도 많은 희생을 겪게 된다.
 유럽의 대양 진출 이면에는 그들의 해상 기술력이 뛰어났기 보다 다른 문명의 무관심이 더 컸다. 일찍이 중국의 명나라는 1405-1433년에 정화의 원정을 떠나 중동지역까지 항해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후 바다문을 닫고 내수로 관심을 돌렸다. 

■ 식민의 건설과 노예무역
 16세기 들어 유럽은 무역과 약탈에서 벗어나 신대륙 식민지 건설에 나섰다. 무기와 폭력을 수단으로 했다. 에스파냐인들이 서인도제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잔인한 폭력과 전염병으로 거의 절멸시켰다고 한다. 그 대표적 예가 <라스카사스 증언>이다.
 1603년과 1639년에는 필리핀에서 그들이 각 2만여 명의 중국인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중국인이 위협했기 때문이다. 근대의 본질은 폭력이었다.
 1441년부터 시작된 노예무역은 1870년대까지 총 1,100만 정도의 노예를 아프리카에서 송출했다. 저자는 노예 무역이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인신 구속과 매매 전통과 연관되었다는 것과 그렇게 수익성이 높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세계사에 그런 비극은 뒤풀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 대우주시대
 지금의 세계는 근대 초기 유럽이 겪는 ‘발전의 덫’에 걸려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근대가 바다로 갔듯이, 미래는 우주로 갈 것이다.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며 어떤 모습을 띄어야 할까?  근대의 모습은 우리의 모범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배울 필요가 있다. 대우주시대의  관점에서 대항해시대를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