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이다. 보령신문을 떠난 지 14년 만이다. 넉넉하지 않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그 책상 그 언저리, 그 공간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듯 정겹다. 돌아보면 떠오르는 것이라곤 한숨뿐이지만 그래도 또 다른 삶의 출발점에 섰다는 점에서 마음만은 뿌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다. 지역 언론이 지향해야 할 가치, 약자들의 그늘진 구석과 정의를 담아내야할 가치,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할 가치 등 가치의 정신을 드높이는 일이다. 농부들은 한 알의 밀알을 생산하기 위해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에 충실하지만 결과는 각각의 노력에 따라 다르다.

자연은 농부가 땀을 흘린 만큼 수확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도 농부의 땀과 같고 신문의 기능과 역할도 농부의 땀과 다를 게 없다. 과거 권력의 힘은 강했고 우리는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할 수 없는 세월이 있었다. 고문 기술자가 선량한 시민의 허리뼈를 꺾어놓고, 군홧발로 짓밟고 온갖 고문에 고문을 더하여 빨갱이(?)를 양산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외면했다. 숨을 죽인 채 가오리 눈을 뜨고 이곳저곳 눈치만 살폈을 뿐이다. 그러면서 뼛속까지 아부하고 군정 아래서 머리를 조아리며 던져주는 당근이나 받아먹었다. 대부분 신문의 이 같은 추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래서 ‘보령신문’이 필요하다. 보령신문은 민선 5기 때 보령시 공직비리 문제를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고발했고, 민선6기 들어 김동일 시장이 추진한 화상경마장 유치 및 ‘대천-죽정동’간의 터널개설에 따른 부작용을 객관적 측면에서 심층 보도했다. 보령지역 현실과 거리가 있는 스포츠파크 조성 사업은 현재 현미경 안에 있다.

보령신문을 만들고 지켜온 사람들은 이 같이 다른 게 있다. 보령신문의 역사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이 다르고 때에 따라 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뚜렷한 주관이 다르다. 그리고 할 말은 한다는 점이다.

비록 상처투성이로 남을 기록일지라도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게 보령신문 임직원들의 철학이다. 14년만의 귀향이 걱정 반 우려 반이지만 새로운 신방에 초 똥을 녹이는 심정으로 걸어 가볼까 한다.